세계 최대의 수산물 수입국이면서도 자국 내 생산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미국이 최근 양식산업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물론 생각만큼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타임즈는 그 이유를 국내 비용 경쟁력과 해양 이용에 있어 레저휴양 인구들이 바다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바 있다.

전세계가 양식산업을 미래산업이라고 인식하고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의 연안지역은 높은 토지가격, 레저인구와의 갈등, 생태계 교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쉽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월 미국해양대기청에서는 하와이 및 태평양 섬에서 최대 320km 떨어진 해역에 상업적 양식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태평양 주변 연방 수역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수산물 교역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양식산업 발전이 요원해 보이던 과학기술국 미국이 양식산업에 뛰어들면서 향후 양식산업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전 세계에 양식산업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일본 토요타가 참다랑어 양식산업에 뛰어든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신일본제철도 외해양식 기자재 산업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 3월 북대서양 씨푸드 포럼에서는 노르웨이 최대 양식기자재 업체인 아크바그룹이 이란 정부와의 제휴를 통해 2000억원대 양식기자재를 수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르웨이, 덴마크의 양식기자재 업체들이 전세계를 상대로 양식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양식기업에는 이미 접목되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수 세대에 거쳐서 개발된 종자와 이에 맞춘 사료, 백신 등으로 양식기반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여기에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된 양식 기자재 기술로 만들어진 저렴한 수산물을 생산하고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저 멀리 네팔, 중국의 신장지구, 고비 사막 등 수산물 양식이 불가능할 것 같은 지역에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양식기자재들을 수출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양식시스템을 공장처럼 통째로 수출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통해 사막 한 가운데서 새우 양식을 성공시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규모 있고 기업화된 양식 기자재 업체가 없다.

정부가 나가서 ODA 사업을 하지만 정작 돈벌이 하는 기업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조선기자재, IT 기술도 있다.
모두 첨단양식기술에 응용될 수 있는 핵심기술이다.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양식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참다랑어, 뱀장어, 명태에 이르기까지 마음만 먹으면 성공시킬 수 있는 양식기술이 있다는 점은 지난 몇 년간 전 국민이 목격한 사실이다.
국내에 산재해 있는 기술력이 하나의 산업으로 융합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은 노르웨이 아크바사, 덴마크 빌룬트사와 같은 글로벌 양식기자재 기업이 없지만 우리도 보유하고 있는 기술들을 잘 융합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양식기자재 수출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

과학기술 선진국인 미국, 일본 등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양식산업에서 우리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정명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원장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