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문 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장

산, 들, 바다에 봄기운이 완연하며 본격적인 영농철이 다가오고 있다. 

올 봄에는 지난해보다 비가 촉촉하게 내려 다행히 모내기 때까지 물 부족 현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가 충분히 내리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하천의 물을 끌어올리고 저수지를 준설하는 등 지속적인 가뭄대책을 통해 물을 확보해 온 덕분이다. 그동안 가뭄대책을 통해 모아둔 물과 봄 동안 내린 비는 올 한해 곡식이 풍요롭게 자라고 모든 생명이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영농기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물이 넉넉하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반복된 강수 부족을 겪으면서 항구적인 수자원 개발과 기반시설 보강, 하천수와 해수의 활용방안 등 중장기적인 용수 확보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점을 몸소 느끼고 있다. 심화되는 기후변화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물 수요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물의 소중함은 점점 더 강조될 것이다. 

지난 3월 22일은 UN이 정한 25번째 ‘세계 물의 날’로, 올해의 주제는 ‘하수의 재발견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우리가 하수에 주목해야 할 점은 우선 하수배출량의 적정한 관리와 건강에 해가 없도록 환경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하는 문제다.  물은 한번 사용하고 버리면 바로 하수가 되므로 궁극적으로 환경오염 부하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물 절약이라 할 수 있다.

공공하수처리 시 방류수 수질기준을 정해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COD(화학적산소요구량), 총 대장균군 수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하수도보급률은 독일(97%), 스페인(99%) 보다 미흡한 92%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읍·면 지역의 하수처리를 위한 집중적인 시설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글로벌 리스크로 난민, 대규모 테러와 함께 기상이변을 꼽았다. 이처럼 최근 지구촌 곳곳을 덮치고 있는 가뭄과 홍수, 태풍, 폭설 등 극심한 이상기후에 대비해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통합적 물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빗물, 해수, 지하수 등 새로운 농업용수개발과 더불어 하수의 재사용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재처리한 하수를 냉각수, 청소수, 하천유지용수, 농·공업용수로 널리 이용하고 있고, 하수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슬러지를 연료화하거나 유기물질이 가진 화학적 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또한 하수에 포함된 질소나 인을 회수해 비료 등으로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와 같은 하수의 효율적인 재이용은 대체 수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물 순환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하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증가는 우리에게는 물 산업 해외 진출을 위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도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하수처리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며 글로벌 물 재이용 시장은 연간 17% 이상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하수를 더럽고 냄새나는 기피대상,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오염원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주요한 자원으로 인식하고 효율적인 재이용을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해야 한다. 인류건강의 증진, 경제발전, 지속 가능한 환경의 유지, 새로운 일자리 창출까지 하수의 가치와 재이용에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번 세계 물의 날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세계가 물 부족의 심각성을 넘어 물이라는 자원이 갖는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 물 산업이 갖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을 확보하고 깨끗하게 보존하는 일은 농업생산은 물론 인류의 삶과 산업 전체에 가장 소중한 근간이 된다. 또한 물을 만들고, 나르고, 활용하는 기반시설과 기술력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수자원관리 기술과 기반시설 구축, 보편적인 물 복지에 대한 공조와 협력이 국제사회의 화두다. 또한 세계 각국은 물 산업의 잠재력과 가치를 주목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기울이고 있다. 인류의 공동 번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판가름할 물과 물 산업, 그 소중함과 가능성에 대해 공감하고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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