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를 청과부류에서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시행령 개정안이 수산쪽의 반대로 철회위기에 놓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안법을 개정해 포장된 해조류를 청과법인에서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해양수산부와 수산도매법인들이 원칙을 강조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의 거래관행은 인정하지만 이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은 부류 분류를 나눠 놓은 농안법 취지에 반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해조류 관련 부처와 유통인들이 반대하자 농식품부로서도 더 이상 밀어붙일 명분이 없는 모양이어서 자칫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권익을 위한 법 개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태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편리와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보다는 수산쪽의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해조류를 청과부류에서 판매해온 것은 오래된 관행으로 이미 청과부류를 중심으로 확고한 상권이 형성된 상태이다. 생산자나 소비자들도 청과부류를 통해 해조류를 구매 및 판매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만 보면 청과부류에서의 해조류 판매행위는 불법이다. 현행 농안법과 하위법령의 규정에 따르면 다시마, 말, 청각, 톳, 파래, 물미역 등 해조류는 수산부류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가락시장의 경우 1998년부터 해조류를 취급해 온 데다 구리, 강서시장에서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해 해조류 거래를 해 왔다. 생산자와 소비자들에게는 청과부류를 통해 해조류를 판매하고, 구매하는 일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청과부류에서 해조류를 구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오히려 정부로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를 합법화 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농식품부가 지난 20년간 해조류를 취급해온 청과부류의 거래관행을 합법화하기 위해 농안법 개정안을 예고한 이유이다. 오래된 관행으로 인해 청과부류에서 해조류 상권이 확고하게 형성된 상황에서 이를 분명히 해놓지 않으면 잠재적 범법자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해수부와 수산도매법인들은 무조건적인 해조류 취급 권한을 주장하기 보다는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수산중도매인들은 해조류의 수집·분산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고려해 볼 때 우선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쪽으로의 법 개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시장을 역행할 경우 오히려 생산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나아가서는 소비자들에게 버림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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