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쿼터 낙농가들의 문제가 낙농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마트에 가면 마주하는 이름 모를 낮선 우유들이 바로 이 주인공이다. ‘○○목장’ 목장 유가공 우유처럼 보이는 제품들은 사실 소규모 유가공업체들이 생산한 우유들이다. 이 우유들은 대부분 메이져 유업체 소속 낙농가들이 쿼터를 판매한 후 쿼터가 없이 원유를 생산해 싼 값에 작은 유업체에 판매함으로써 생산된다. 식품관리법 등으로는 문제가 없는 우유지만 사실 이 우유들은 대한민국 전체 낙농업의 ‘판’을 흐리고 있다. 2015년 원유생산과잉으로 대대적인 감산정책이 행해지면서 쿼터값은 몇 달 사이 2배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호가했다. 후계자가 없고 고된 노동강도에 고심하던 낙농가들은 쿼터를 팔고 목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쿼터를 팔고 나서도 남아있는 젖소들에서 매일 원유가 생산되자 싼 값에 소규모 유가공업체나 지역 축협 등에 원유를 파는 이른바 ‘무쿼터 농가’가 발생했다는 것에 있다. 옆집 낙농가가 분명 쿼터를 팔았는데 버젓이 원유를 생산하고 다른 유업체에 파는 것을 보자, 감산정책으로 뼈를 깍는 고통을 감내한 낙농가는 이유 있는 ‘뿔’이 났다. 이것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무쿼터 농가’ 문제의 핵심이다.

전국쿼터이력제로 우리나라 낙농가들의 쿼터가 관리되고 있지만 소규모 유가공업체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아 쿼터의 투명성과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제도적인 모순과 사각지대에 대한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이웃과 동료사이의 약속과 신뢰가 깨졌다는 감정적인 배신감이 존재하고 있다. 낙농업의 기반과 원유수급의 균형을 위해 노력해온 산업 구성원들 사이에서 약속이 깨지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쿼터는 낙농가들의 재산권, 산업에 대한 권리금을 넘어 낙농산업을 지키겠다는 낙농가들의 의미 있는 규약이다. 사각지대의 무법자들이 낙농가들의 오랜 약속을 깨지 않도록 제대로 된 관리 체계가 도입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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