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수급관리 사각지대 없애야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원유량(이하 쿼터)은 225만톤 정도 된다. 보통 원유생산량이 쿼터의 91%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원유생산량이 가늠된다.

그러나 최근 제도권 밖의 무쿼터 농가들이 늘어나면서 쿼터 증감을 알 수 없는 사각지대가 점차 늘어나 수급관리까지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농가가 쿼터를 팔고 난 후에도 원유 생산에 가담, 소규모 유가공업체에 납유하는 이들부터 쿼터를 사서 정상적으로 원유를 생산한 농가까지 안팎에서 원유가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원유수급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上> 쿼터 사각지대, ‘무쿼터 농가’
<下> 쿼터관리 체계 확립 필요해

# 무쿼터 농가, 계속적으로 발생
얼마 전 호남 지역에서 발효유와 우유, 치즈 등을 생산하는 작은 유가공업체 A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A유업체의 제품이 제법 잘 팔리면서 원유가 더 필요했고 메이저 유업체 등에 납유를 하던 7~8농가가 쿼터를 팔고 A유업체로 소속을 옮겼다. 소규모 유가공업체로 쿼터이력관리제에 등록을 하지는 않았지만 약 6톤 정도의 원유를 납유했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판매 부진으로 A유업체가 망하면서 납유를 하던 낙농가들은 더 이상 납유할 곳이 없어 진짜로 폐업을 하게 됐다.

문제는 망한 A유업체의 관계자가 유가공 시설 등을 가지고 다른 업체의 투자를 받아 또 다른 유업체 B를 창업, 다시 원유가 필요해 농가를 모집했다. 이번엔 다른 유업체에 납유하던 농가들 일부가 쿼터를 팔고 또 이 유업체에 납유를 시작했다.

이 사이에 10여명의 낙농가가 쿼터를 팔고 제도권 밖에서 원유를 생산했으며, 결국 다시 납유할 곳이 없어 생업을 포기했다. 소규모 유가공업체는 부도와 창업을 반복했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며 낙농가들과 유가공업계의 시장질서를 흐리고 있다. 때문에 낙농업계는 쿼터관리를 위한 제대로 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일본, 소규모 유가공업체도 제도권 관리
생산자중심의 전국단위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은 효율적인 수급조절을 위해 소규모 유가공업체들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소규모 유가공업자가 ‘특색 있는 원유’를 처리·가공하는 경우에만 우유 생산이 가능하다. 특색 있는 원유는 원유생산방법 등은 같으나 타 원유와의 차별화를 통해 유리한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한 원유로 저지종 젖소에서 착유한 원유, 유기재배한 사료를 먹인 소에서 착유한 원유, 특정지역에서 생산된 원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마저도 원유 1일 처리가능수량을 3톤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목장형유가공의 경우도 1일 처리가능수량을 3톤으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낙농가가 전량을 지정원유생산자단체에 위탁판매하지 않고 원유의 일부를 소규모 유가공업자에게 직접 판매할 경우 원유수위탁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지정원유생산자단체에 전량을 위탁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낙농진흥회가 목장형유가공을 원하는 소속농가에 한해 1년에 한번 자가쿼터 신청을 받아 목장형유가공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년 후 자가쿼터를 늘릴 수도 있으며,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자가쿼터를 폐지하고 다시 낙농진흥회 쿼터로 복귀시킬 수 있다. 제도권내에서 관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소규모 유가공업체 실태관리 우선
효율적인 원유수급관리와 낙농가 간 형평성유지를 위해서는 소규모 유가공업체에 대한 쿼터관리체계의 확립이 가장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은 “원유의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소규모 유가공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쿼터이력관리시스템에 등록토록 해야 한다”며 “제도권 내에서 원유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쿼터이력관리제에 소규모 유가공업체의 쿼터를 등록토록 한다고 해도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낙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쿼터 이력에 등록을 한들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면서 “무쿼터로 제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유가공업체들은 결국 시장논리에 의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유념해 낙농가들은 산업을 지키려는 마인드로 시장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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