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 악순환 고리…중앙정부·도가 함께 해결해야
포럼 구성…세계적 농축수산업 흐름 리얼타임 공유
치유·사회적농업 육성…국민과 상생 농업정책 추진

[농수축산신문·농정연구센터·지역농업네트워크 공동기획]

▲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소장, 이낙연 전남도지사, 최기수 농수축산신문 발행인은 차기정부를 앞두고 농업계 숙원과제인 상향식 농정의 추진 방안을 모색키 위한 농정대담의 자리를 마련했다.

차기정부를 앞두고 최근 농업계는 농업발전의 열쇠로 지방농정의 활성화를 꼽고, 상향식 지방농정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지자체 주도의 상향·자율식 농정을 통해 위기에 봉착한 농업·농촌의 새 틀을 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6일 이낙연 전남도지사와의 농정대담을 통해 지방농정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모색했다. 이날 대담에서 이 지사는 자치분권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농업·농촌과 지방농정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농정대담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글 싣는 순서]
①전남<上> 이낙연 전남도지사 농정 대담
  전남<下> 전남 농정체제와 사업분석

■ 일 시: 2017년 4월 6일
■ 장 소: 전남도청
■ 대담자: 이낙연 전남도지사,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소장, 최기수 농수축산신문 발행인
■ 정 리: 최은서 기자
■ 사 진: 엄익복 기자

△최기수 발행인=우리나라 최대 농도인 전남 농정을 이끌고 있는 만큼 농업·농촌관에 대해 듣고 싶다.


△이낙연 도지사=우리 농업은 시장개방, 고령화, 고비용·저소득의 농업구조, 기후변화, 쌀 개방, 매년 반복되는 AI(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질병까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농촌 지역은 지역 경제 침체, 청년인구 유출,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력 감소, 농업인 소득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농업문제는 국민의 식량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농업경쟁력 강화와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을 적극 발굴하고 시행해 농촌을 활기와 매력, 온정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황수철 소장=우리 농업·농촌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의 위기에 닥쳐 있고 중앙정부는 미래 농정을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낙연 도지사=경쟁력 강화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한·중 FTA로 인한 세계 환경 변화와 4차 산업혁명 도래로 인한 기술·사회·문화적 변화가 닥칠 것이다.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변화에 대처해 나갈 수 없다. 우리 농축수산업이 규모를 키워 미국, 중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의 대국들과 경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는 품질로 승부를 봐야하는 만큼 세계인들의 식생활 변화 추이에 한 발 앞서 부응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인들이 시야를 넓혀 세계 시장의 변화를 보는 동시에 생산, 가공, 유통, 소비 모든 과정에서의 기술·사회적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이에 전남은 재작년부터 선도농업인회를 만들어 각 분야별로 앞서가는 농업인들을 조직했다. 전남에 이전해 온 농업 관련 기관과 전남의 기존 연구 인력, 선도농업인 중 일부가 함께 큰 포럼을 구성해 세계적인 농축수산업의 흐름을 리얼타임으로 공유하는 것을 구상 중으로, 준비가 끝나가고 있는 단계다.

농축수산업의 과학화 역시 시급하다. 농축수산인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어려운 만큼 관 차원에서 견인해줘야 한다. 예컨대 전남은 한국전력공사와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팜 모델 공동개발 협약을 맺어 내년까지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그 모델을 도내에 보급하고 가능하다면 해외에도 공동 수출을 모색할 방침이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와도 협약을 맺어 농축수산업에 드론산업을 접목해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황수철 소장=지방농정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상향식 농업·농촌 정책으로 가기 위한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또한 이러한 기조 하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소견은.

 

△이낙연 도지사=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중앙정부에 의지하고 예속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전남 농업예산 9894억원 중 국비 비중은 86%인 8509억원이다. 중앙정부의 농림축산사업 전체 86개 중 공모방식을 도입해 상향식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농촌자원 복합 산업화 지원 등 4~5개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분권문제는 굉장히 시급한 문제다. 현장주민의 새로운 필요에 신속 부흥하기 위해서라도 지자체의 재량을 현재보다 더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하향식 농업·농촌 정책이 모두 문제가 있는 것만은 아니다. 쌀 등의 생산조정과 농산물 수급조절 등은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통제가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 또 상향식 정책으로 지방 자율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단기 고소득 작물의 과잉 생산 등으로 인한 가격 하락 등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치분권이 반드시 균형발전을 보장해주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지방 분권화를 폭넓게 인정해 지방이 자치하도록 허용한다면 균형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 자율·자치에만 맡긴다면 서울에서 거둔 지방세를 다른 지방에 나눠줄 이유도, 정책수단도 사라지게 된다. 균형발전에는 중앙정부의 조정기능이 불가피하고 때로는 중앙정부의 조정기능과 자치분권이 충돌할 수 있다.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어떻게 동시에 잡을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최기수 발행인=전남은 농업·농촌 핵심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이낙연 도지사= 농축수산업의 가장 핵심적 문제는 지속가능한 산업인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농촌사회가 점차 양극화돼 간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전남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몇 가지 꼽아본다면 우선 벼농사의 경우 전남이 가장 많은 경영안정자금을 쓰고 있다. 총액도 많을 뿐 아니라 농가 가구당 수령액도 최고 수준이다. 재배 농가는 자꾸 줄어 들어들고 있으나 예산 총액은 감액하지 않았다. 또 채소류에 가격보장제 조례를 만들어 시범사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국에서 도 단위로는 처음으로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농번기에 여성 농업인들이 마음 편히 영농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마을주민들이 한 데 모여 점심식사를 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농업인들이 느끼는 최대 고민이 노동력 부족이라는 점에 착안, 도와 농협이 협력해 농촌인력지원센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업인들이 일손 부족과 농번기 일시 인건비 상승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아울러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남이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포함되는 학교 급식에 100% 유기농 쌀을 공급하고 있으며 다른 부식도 친환경 농산물을 강력하게 유도하고 있다. 전남이 친환경 유기농업을 권장하고 스스로 시장이 돼주고 있는 것이다.

 

△황수철 소장=차기정부에서 농촌진흥지역해제와 자본의 농업 진출 문제가 이슈가 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이낙연 도지사=농업에서 이념의 과잉은 조금씩 덜어낼 필요가 있다. 양곡보관창고에 보관된 고미의 처분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고미의 사료화는 국민정서에 어긋나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양곡 창고에 쌓아둬 보관비용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농지 역시 이념적 측면에서 접근하지 말고 주곡의 자급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농지가 아니라면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역, 농지위치, 생산성 등을 감안해 중앙정부가 미래를 내다보며 국가전략과 연계해 결정해야 할 일이다.

또 국내기업이 농업에 진출하는 문제는 농업계의 피해의식과 저항에 맞닥뜨린다. 농산물 시장은 이미 개방됐고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데 농업계가 취약하다면, 국내 자본에 의해 농산물을 생산해 외국자본과 경쟁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다만 그것으로 인한 농업계의 피해와 정서적 저항을 하나의 현실로 인정하면서 의사결정 과정부터의 주민참여형, 부분적인 이익 공유 등으로 진출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이 과도기적으로 필요하다.

 

△최기수 발행인=급변하고 있는 농업환경 속에서 전남이 일반 국민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상생방안이 있다면.

 

△이낙연 도지사=도에서는 소비자단체 등의 전문가를 농업·농식품산업 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농업정책 결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국민제안 공모 등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농업·농촌은 국민의 지지와 관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국민과 함께 농업·농촌 유지하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최근에는 우리 국민들이 도시농업과 귀농·귀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다. 특히 농업·농촌의 자원과 영농활동을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치유에 활용하는 치유농업과 사회적 농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치유농업육성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도 강구해 농업인과 일반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농업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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