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으로 수출되는 한우고기가 냉동육에서 냉장육으로 둔갑돼 판매되고 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관련업계에선 한우 품질 유지를 위한 규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수의 수출관계자에 따르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 냉동 한우고기가 홍콩 현지에서 냉장육으로 둔갑해 소비자들에게 유통되는 등 한우 고급육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는 사례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홍콩 내에서 한우고기가 수출 가격 이하로 거래되는 등 저품질의 한우가 현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우리나라에 비해 식품 유통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냉동·냉장육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이용, 홍콩 현지에서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장도 “냉동된 한우를 가져가 홍콩 내에서 해동해 저급 냉장육을 판매하는 사례로 홍콩 현지 바이어들이 한우 품질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까지 전국한우협회에서 집계한 홍콩 수출물량은 61톤 가량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 우선적으로 고급육 이미지 확립을 통해 홍콩 내 한우고기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최근 수출업체가 난립, 냉동육 물량이 많아지면서 홍콩 내 한우 이미지 저하와 함께 수출 초반 한우를 고급육으로 입지를 굳히려고 노력했던 선도 업체들의 피해도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생산자 단체인 전국한우협회가 한우수출 컨트롤타워를 맡아 수출분과위원회를 구축하고, 물류비 지원을 조건으로 수출업체들에게 냉동육 수출을 지양토록 관리하고 있지만 법적인 제도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아 수출업체들의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한우 수출 품질에 대한 규제장치를 마련, 수출업체들이 수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장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홍콩 소비자들에게 높은 품질의 한우가 도달할 수 있도록 수출업체가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우 수출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다른 검역조건도 일관된 기준으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한우 수출 관계자는 “수출 검역증에 있는 시리얼 넘버 기재가 의무사항인 서울 검역본부와 달리 지방에선 상황에 따라 시리얼 넘버 없이도 검역증이 발급되고 있다”면서 “시리얼 넘버없이 수출될 경우 스티로폼으로 수출이 가능해져 한우고기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역본부 수출 절차를 준수하는 선의의 업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해 보다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조재성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한우 홍콩 수출에 있어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면서 “수출업체에 홍콩 시장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업계가 스스로 홍콩 시장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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