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어가 중심으로 재편···강소 경영체 직격탄
공급과잉부터 해결
중소규모 어가 의견 수렴해야

 

뱀장어 위판 의무화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위판의무화에 대한 뱀장어 양식어업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규모화된 어가보다 직접 독자적인 판로를 개척했던 소규모 어가에서 위판의무화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뱀장어 양식 어업인들으로부터 뱀장어 위판 의무화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 공급과잉부터 해결해야

어업인들은 위판의무화가 뱀장어 양식산업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년에 걸쳐 치어인 실뱀장어 가격이 하락, 뱀장어 양식어업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식량을 늘려왔다.

실제로 연간 100kg의 실뱀장어를 입식하던 어업인들이 200~300kg 수준으로 입식량을 크게 늘렸다.

입식량이 늘어난 데 비해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으며 소비저변도 넓어지지 못해 연중 출하량의 절반 가량이 하절기에 출하되는 문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뱀장어 위판이 의무화될 경우 온라인 판매나 직거래 등 어렵게 구축한 판로가 모두 사라지게 되고 이는 곧 뱀장어 소비확대의 싹을 잘라버리게 된다는 것이 어업인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전남 영암군에서 뱀장어를 양식하는 한 생산어가는 “가격이라는 건 결국 수급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건데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는 공급량 증가에 따른 문제를 상인들에 의한 가격교란의 문제로 보고 위판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위판을 의무화할 경우 상인들도 자본력을 갖춘 대규모 상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때문에 가격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영세어가는 직격탄

뱀장어위판 의무화로 인해 차별화에 성공한 강소 경영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규모 경영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식당을 겸업해 추가 수익을 올리거나 브랜드를 꾸려 온라인 판매, 생협을 통한 판매 등 다양한 판로를 확보,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위판이 의무화되면 판로다변화가 불가능,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특히 뱀장어는 농산물과 달리 품위가 세부적으로 나뉘는 것이 아닌 터라 위판시스템으로는 출하물량이 많은 경영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위판으로는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이나 무항생제 인증 등 식품안전성 관련 인증도 가격결정에서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상품의 차별화도 불가능해진다.

전남 무안군의 한 양식어업인은 “정부의 식품안전관리인증 등을 통해 차별화가 어려워진다면 어업인 입장에서는 경영개선을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규모를 늘리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판로개척은 사라지고 양식장의 규모만 커질 경우 뱀장어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또한 내가 생산한 뱀장어를 내가 원하는 곳에 팔기 위해 위판장의 매참인 등으로 참여해야하는 게 정상적인 제도인가”라고 물으며 “뱀장어 위판의무화는 뱀장어업계를 살리는 제도가 아니라 고사시키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 의견수렴도 제대로 안해

어업인들은 뱀장어 위판의무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소규모 어가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기대효과에 대해 강조한 반면 예상되는 문제점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특히 설명회 과정에서 중소규모의 양어장을 운영하는 어업인들이 우려되는 점에 대해 질문을 하면 아예 질문자체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전언이다.

더불어 설명회 이후에 조합 측으로 제도의 문제점과 관련한 질문을 해도 조합에서는 일단 시행되는 것을 보고 추후에 결정하자는 입장을 유지했으며 해양수산부 측에는 조합원의 대부분이 찬성하는 것처럼 입장을 전달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무안군의 한 어업인은 “조합에서는 규모화된 어업인들의 발언권이 센데다 조합의 대의원과 임원들이 조합장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만 모여 있는 터라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시행이 한달앞으로 다가왔는데 조합이나 해수부나 영세한 어업인들의 판로문제와 관련해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경로로 판매가 이뤄지도록 해야 소비저변이 확대되면서 소비량도 늘면서 산업이 성장하는 데 위판이 의무화되면 조합 위판장을 중심으로 독과점 시장이 만들어져 소비확대에 악영향을 준다”며 “해수부에서 뱀장어를 위판 의무화 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중단하고 산업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고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