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생산 농가 '괴멸' 현실화
농가수 IMF이전 1000여곳
2015년 280곳으로 급감

화훼업계가 지난 10여년간 경제 침체·소비 위축·청탁금지법 시행·수입산 증가 등의 악재에 직격타를 맞으면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일 찾은 김해 대동면 소재 화훼생산단지는 이미 농가의 괴멸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곳은 국내 총 화훼량 중 약 15%, 국내 카네이션 총 생산량 중 80%가 생산되는 영남권 대표 꽃 생산지역이자 국내 3대 화훼생산지이지만 10여년째 이어진 화훼산업 악재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김해화훼생산단지 농가 수는 IMF이전 1000여 곳에서 2015년 280곳으로 급감했다.

현장에서 만난 화훼 농업인들은 “화훼농가의 이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라며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맞이한 ‘5월 특수’가 지나면 남은 농가들도 대부분 도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언했다.

김해의 한 카네이션 농가는 예년보다 2주 일찍 꽃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화훼농업인 A씨는 “평소는 15일까지 꽃을 꺾었지만 올해는 스승의 날 특수도 없어진다고 해서 예년보다 빨리 한 해 농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미 농가 한 켠에 올 여름에 파종할 2000만원어치의 모종을 준비했지만 내년에 모종 값이나 건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카네이션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비닐하우스 내 온도를 연중 15℃로 유지해야하는데 가온을 위한 난방비가 비싸기 때문에 26.5a(800평)규모의 하우스에 최대한 빽빽이 모종을 심어야 그나마 수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도 이에 맞춰 2000만원어치의 모종을 재배했지만 올해 그의 수중에 남은 것은 거의 없다. 모종 값을 건져야 하는 준성수기인 2월에는 예년대비 50%수준 밖에 출하하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 나타난 이상기온으로 모종이 고온장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출하량 급감으로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지만 모종 값도 되지 않는 돈을 손에 쥐게 됐다.

그는 5월 성수기를 기대하며 이 돈을 고스란히 난방비용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올해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스승의 날’인 만큼 교육부 등지에서 개별적인 꽃 선물은 하지 말 것을 일선에 통보하면서 꽃 시장은 활기를 잃고 있다.

이 때문에 김해화훼생산단지의 대부분 농가들은 YS정부시절 비닐하우스 확산 유도정책으로 인해 짊어진 대출금 원금도 갚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다. 정부 정책을 믿고 매해 열심히 꽃농사를 지어왔지만 늘어난 것은 수익이 아닌 원금에 대한 대출이자 뿐이다.

특히 카네이션 농가의 타격은 더 막대하다. 다른 화훼작목의 경우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더라도 ‘5만원 이하’기준에 맞춰 판매될 수 있지만 ‘스승의 날’ 특수를 누려왔던 카네이션은 단 한송이를 선물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가액기준인 5만원이하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 목적에 벗어난다’며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학 제2호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김진욱 김해 카네이션연구회장은 “지난 10년동안 김해의 카네이션 농가들은 시설토마토, 시설채소 등의 타작물 재배로 부채를 갚으려 했지만 연쇄적인 풍선효과에 이마저도 녹록치 않았다”며 “농업인들은 어떤 작목으로도 소생할 수 없다는 낙담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들어 개인회생·파산 후 소리 소문없이 마을을 떠나는 농업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이달이 지나면 김해에 카네이션 농가가 몇이나 남을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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