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꽃특수가 ‘실종’됐다.
‘계절의 여왕’ 5월은 1년 중 꽃 소비가 가장 활발한 달이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연달아 있으며 통상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꽃으로 전달해 왔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에 이어 청탁금지법까지 시행되면서 꽃 소비는 급감하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들어 도매시장의 화훼류 거래물량은 지난 3일 현재 전년 동기 대비 4.3%감소했고 거래금액은 무려 31.1%나 폭락했다. 특히 연간 소비량의 약 50%가 4~5월에 집중되는 카네이션은 같은 기간 전년 동기대비 거래금액은 29%, 거래물량은 27%나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 년 중 이달만 손꼽아 기다리던 카네이션 농가들은 도산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 해 농사를 망친 농가들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망연자실하고 있다. 조만간 부도위기에 몰린 농가들이 야만도주하는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관련 직무와 관련되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 부조목적이면 5만원 이하 꽃 선물과 10만원 이하의 경조화환은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상급공직자가 하급 공직자에게 또는 공직자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하는 금액을 초과해도 되고, 공직자가 민간인에게 주는 선물은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특별한 사정이란 인·허가 등과 관련이 있거나 절차가 진행 중인 계약 상대방, 조사나 수사를 받는 자, 성적·평가 대상인자 등 직접 이해관계자의 경우는 안된다. 또 학생대표가 스승의 날에 공개적으로 선생님께 선물하는 카네이션이나 졸업생이 선생님을 찾아가 전달하는 꽃선물은 허용된다.

그러나 꽃을 선물하면서 이같은 조항에 저촉이 되는지 사전에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스승의 날의 경우도 학생 대표가 꽃을 선물하는 것은 괜찮다고 했지만 뒤집어보면 학생 개인적으로는 꽃 한송이도 선생님한테 선물하면 안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최근 교육부가 개인적인 꽃 선물은 안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을 담은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화훼업계의 공분을 샀다. 화훼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화훼농가들은 김영란법으로 다 죽어가고 있다’며 ‘교육청은 울고 싶은 화훼농민들 뺨까지 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불공정한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자는 청탁금지법 취지는 좋지만 꽃으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게 범법이 돼서야 되겠는가. 스승의 날 카네이션 한 송이 주고 받는 것도 금지시켜 제자와 스승간 인간애까지 끊게 하는 게 청렴사회로 가는 길인지 묻고 싶다.

농축수산업계는 지난 설명절에 매출이 급감하는 사태를 겪은데 이어 이번 5월 특수에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청탁금지법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시키는 일,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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