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류인플루엔자)로 피해를 본 산란계 농가들의 재입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병아리 구입난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까다로운 재입식 절차 탓에 입식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란계 농장에서 입식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1단계 시·군의 점검, 2단계 검역본부 현장 확인, 3단계 3주간 입식시험, 4단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가 기존의 재입식 절차에 검역본부 승인 등의 절차를 추가해 재입식 절차를 강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 현장의 산란계 농가들은 일부 지자체에서 환경시료 검사 등에 너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시험축의 입식시험, 병아리 입식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기준 재입식 대상 384개 농장 중 재입식을 신청한 111개소 가운데 현재까지 재입식이 승인된 산란계농장은 8개소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경기도 한 산란계농가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힘들게 입식용 병아리 구입처를 마련했지만 재입식이 까다롭게 진행, 입식이 지연되고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철새의 이동이 모두 끝났고, AI의 마지막 발생이 한달여 가까이 지났음에도 AI 발생 시와 같은 까다로운 재입식 절차를 고수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검역본부 관계자 역시 “검역본부에서 점검한 뒤 입식시험이 승인되더라도 이후 지자체에서 방역상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재입식이 다시 연기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란계농가의 재입식이 늦어지면서 계란가격 역시 당분간 높은 시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대한양계협회 시세 정보에 따르면 지난 9일 특란 기준 개당 194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AI가 발생하기 직전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인 149원보다 30%, 지난해 동기 121원보다 60%나 높은 가격이다.

이에 대한양계협회는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 주재로 열린 계란수급 협의회에서 계란수급이 원활치 않은 점을 고려, 재입식 절차를 간소화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농식품부에서는 이를 고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남기훈 대한양계협회 채란위원장은 “정부는 국내 계란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또다시 태국과 덴마크 등지에서 계란을 수입해 오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농가들은 답답할 노릇”이라며 “협회차원에서도 농가들의 자발적인 계란가격 인하, 재고량 최대 방출 등을 통해 계란수급 안정화에 전력을 다 할 것을 약속한 만큼 정부에서도 계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협력을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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