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정책 우선순위서 밀릴까 '우려'
'해양·해운·항만'과 수산업은 산업성 동질성 떨어져
2차관 신설…수산정책 총괄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직제개편에서 해양수산비서관이 폐지되면서 수산조직 강화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대통령 비서실의 직제를 4실, 8수석, 2보좌관 체제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경제수석 산하의 해양수산비서관과 농축산식품비서관을 통합, 농어업비서관으로 재편했다.

해양수산비서관이 폐지됨에 따라 기존의 해양수산비서관의 업무는 3개의 비서관으로 분산됐다.

따라서 해양수산부의 업무 중 해양·해운·물류 분야는 경제수석실 산하 산업정책비서관이, 수산업은 농어업비서관이, 해양환경업무는 사회수석 산하의 기후변화비서관이 맡게 됐다.

#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것”
해양수산비서관이 폐지됨에 따라 수산업과 관련한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산업의 규모로 볼 때 농업이 수산업에 비해 규모가 큰 터라 수산업계의 현안이 농업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농업생산액은 약 43조원으로 7조4000억원을 기록한 수산업 생산액 대비 6배 가량 많다. 또한 2015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가와 임가는 118만가구, 278만6000명인 반면 어가는 5만8000가구, 13만7000명에 그치는 등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농업에 비해 현저히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산업은 농업과 달리 공유자산인 바다에서 이뤄지는 터라 농업과의 특성도 명확히 다른데다 해양환경관리나 선박, 선원관리 등의 업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이에 대한 총괄적인 관리가 어렵다.

이 때문에 수산업계 일각에서는 해양수산비서관은 존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부처의 현안을 3개 비서관이 나눠서 다루다보면 현안에 대한 청와대 비서실의 대응이 늦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해양수산 분야를 강화하겠다고 해놓고 정책의 통합적인 접근을 위한 비서관을 폐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부산시당도 성명을 내고 “대선과정에서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해 부산지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도 정작 당선 이후 청와대 내 관련직책을 없애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부산지역 발전과 해양수도 공약에 대한 이행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 ‘2차관’ 신설이 더 중요

이처럼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수산업계의 일각에서는 비서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산업을 총괄적으로 관리할 차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해수부가 재출범한 이후 해양·해운·항만과 수산업은 바다라는 ‘공간’ 이외에는 공유하고 있는 산업적인 동질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해양·해운·항만업계에서는 바다는 ‘개발의 대상’인 반면 수산업계는 ‘보전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바닷모래 채취를 둔 논란이다.

해수부는 골재수급문제 때문에 바닷모래채취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반면 수협중앙회 등은 해양환경과 수산자원보호를 위해 바닷모래채취를 전면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같은 차이가 수산업계와 해양·해운·항만업계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간극으로 지목된다.

또한 해양수산비서관은 해운·항만 분야에서 주로 근무해온 공직자들이 독점하다시피 해온터라 수산업계 입장에선 지금과 달라질 것이 전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4년간 해양수산비서관은 김영석 현 해수부 장관과 윤학배 현 해수부 차관, 지희진 비서관 등 3명으로 모두 해양·해운·항만 분야에서 주로 근무해온 공직자다.

수산업계 입장에서는 어차피 청와대 비서실에는 과장급의 비서밖에 없는 만큼 해수부의 수산정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제2차관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수산분야와 해운항만분야가 산업간 동질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며 “수산업의 가치는 식량산업으로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데 있는데 이같은 관점으로 보면 농어업비서관이 차라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수산정책을 맡아줄 사람은 과장급 비서한명이 전부인 게 사실이지 않나”라고 물으며 “해수부의 수산정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서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2차관을 신설해 수산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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