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농업R&D 확대필요
다원적 기능·기후변화·환경부담 저감 등
정부주도 연구 유지...민영화 여건조성

정부조직이 개편될 때마다 농업과 관련해 과학기술체계에 대한 구조개선이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농업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방향이 수립되는 누를 범하곤 한다. 이에 농업의 특수성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농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 농업은 제조업과 동일 선상에서 단순하게 기술결정론적인 성과 판단이 불가능하고, 해외 농업선진국과는 역사적 과학적 배경이 다르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농업인의 80%가 복지정책의 대상이며 산업정책의 대상은 20%에 불과하다는 점은 R&D(연구개발)와 관련한 우리의 농정 방향이 성급한 민영화를 감당키 어려운 구조하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정책 방향 수립의 필요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 드론을 활용한 위치기반 서비스와 빅데이터 등은 정밀농업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 (왼쪽사진) 로봇 꿀벌을 통한 수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 공공주도와 선형적 지도보급 한계 노출
현재 우리나라는 농업발전 단계와 농업인의 수준을 고려해볼 때 공공주도 방식과 선형적 지도보급사업의 효과성이 과거에 비해 크게 저하되고 있는 추세다. 2000년대 후반 지도직 공무원의 지방직 전환 이후 중앙과 지방, 지역과 지역 간 지도보급기능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네덜란드의 DLV의 재단 전환과 외부자금에 의한 전문지도조직으로의 발전 사례와 일본의 농업혁신지원센터 형식의 지도보급 사례 등을 참조해 지도보급기능과 조직에 대한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 지도보급 기능은 축소하고 선진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통 확대와 첨단기술을 활용한 지원에 집중하는 혁신센터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민간주도의 지도보급 형태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 성급한 민영화보다는 국가 주도 유지
다만 주지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농업 현실과 여건을 감안해 R&D 추진의 주체는 국가 주도가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시장 지향적이고 혁신 수용역량이 충분한 네덜란드의 농업인이나 자금력이 풍부한 미국식 민간기업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농업인이 복지정책의 대상자이다.
 
이는 농업 종사자 수와 산업규모 측면에서 R&D 분야의 민영화를 요구하기에는 이른 시점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형태는 농업 R&D의 투자 효율성만을 성급하게 요구할 경우 일본의 사례처럼 농업 연구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추진하되 점차적으로 민영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 상향식 수요자 참여형 연구 필요
농업 R&D는 관행적인 연구보다는 수요자 참여형 현장 중심 상향식 연구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R&D분야 기획방식은 중앙 집중 및 정부 주도의 콘트롤타워 방식이다. 하향식 연구개발 기획으로 실험실 수준의 기술과 현장과의 괴리감 등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기술 수용자인 농업인이 주도적인 위치에 놓일 수 있도록 수요자 참여형태의 현장 중심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혁신의 주체가 아닌 촉진자로서 농업 R&D의 본질적인 기능이 약화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도 맡아야 할 것이다.

 

# 다원적 기능 연구 확대·예산 주체 일원화
아울러 농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기후변화 대응, 환경부담 저감 등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이에 대한 투자 정당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실제로 뛰어난 농업 생산성을 기반으로 성정해 온 네덜란드는 EU의 환경정책과 공동농업정책이 농업의 다원화와 지속가능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R&D의 지향점을 전환했다. 미국 역시도 생산성 중심의 농업 투자 대신 식품안전, 식량안보, 환경 유지 등의 영역으로 투자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분산된 예산 주체를 일원화하고 개발된 농업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위한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습저긴 R&D사업보다는 R&BD사업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R&D 투자와 대응되는 R&BD 투자를 적극 발굴해 추진하고 농촌진흥청의 R&D사업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재정사업의 연결고리를 지금보다 탄탄하게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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