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한우 글로벌화를 위한 과제/서효동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연구위원

2015년 11월에 첫 한우 홍콩 수출을 시작으로 벌써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으며, 지난해에는 48톤(약 330만달러)의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졌다. 구제역과 사드 등의 영향으로 인해 올해 1월과 2월에 주춤한 한우 수출은 다시 3월 말부터 재기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베트남 정부와 한우고기 수출을 위한 국가대 국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일 일이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 역시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홍콩시장에서 한우에 위협을 느끼고 유통업체들의 대규모 할인행사 및 프로모션 등을 진행함과 동시에 한우 수출 전략(포지셔닝·가격·부위 등)에 대해서도 호주, 미국 등과 별도로 자체적으로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知彼知己 百戰不殆(지피지기 백전불태)’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아니하다는 말이 있듯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일본 화우, 호주 와규 등의 현재 홍콩 시장에서 전략을 잘 조사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화우가 프리미엄으로 홍콩에서 인식된 지금, 서서히 일본의 각 브랜드별로 경쟁이 다시 시작되면 과연 우리의 차별성은 무엇인지도 고민해 볼 일이다. 그리고 논어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있듯이 과거 홍콩 시장에서의 유자차, 김 수출에 대한 교훈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수출 업체간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함량 미달, 품질저하 등으로 인해 현지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으며 고급 이미지는 훼손돼 더 이상 수출이 진행되지 못하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듯 지난달 초순 홍콩으로 수출되는 한우 중 냉동으로 수출된 한우가 현지에서 해동작업을 통해 냉장육으로 둔갑판매 되면서 홍콩 현지의 강한 항의가 있었다. 일부 업체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 어렵게 재기된 한우 수출시장의 문이 닫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측면의 역할과 민간 측면의 역할이 정확히 수립돼야 한다. 민간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스스로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한 신뢰를 쌓아야 하며, 눈앞에 이익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하는 상도덕이 필요하다. 정부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한우수출협의회를 통한 정확한 품질기준을 마련하며, 강제조항을 바탕으로 시장 질서를 위배하는 사례를 판단 및 적발해 체계적이며 안정적인 수출 판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우고기의 안착을 위해서 정부는 한우를 알리는 홍보와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생산자단체간 협의를 통해 한우만의 차별화된 식감과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국가별 한우 수출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역시 시장현지 조사 및 현황 조사, 진출전략 마련 등의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우린 더 이상 홍콩 시장의 진출 전략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지속적, 주기적으로 홍콩시장을 조사하고 경쟁국들의 수출 전략 및 정책 등을 조사한다. 우리 역시 수출전략과 정책에 대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연구는 수출국가의 다변화, 수출국별 진출전략 및 역수입 가능성 분석, 한식 및 식자재와 연계를 통한 한우 진출 등 한우 브랜드 이외 국가 이미지 향상에도 기여하는 기초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관련 분야의 전문가 및 연구원들이 존재하는 이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와 같은 노력들은 바로 지금 우리가 ‘한우’란 브랜드 가치를 유지·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며, 궁극적 목표인 농축산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및 지속성장 가능한 농축산업의 향유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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