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지속된 가뭄으로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전국의 논과 밭이 몸살을 앓고 있고, 이미 심어놓은 농작물은 생육이 저조한 실정이다.

양파와 마늘은 올 초 일조량 증가로 단수가 늘어나는 듯 했으나 지속된 가뭄으로 일부 포전물량의 생육이 멈췄거나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양파 중생종의 경우 지난해보다 품위가 떨어졌으며 일부 포장에서는 노균병까지 발생했다. 가뭄이 지속될 경우 만생종까지 품위가 저하되는 등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모내기를 앞둔 경기와 충남 지역은 비상이 걸렸다. 경기지역의 평균 저수율은 37%로 떨어져 평년 저수율 64%에 비해 크게 미치고 못하고 있으며, 충남 서북부 지역의 경우 유일한 상수원인 보령댐 저수율이 10.1%를 기록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경기와 충남 지역은 이미 지난 3월 ‘경계 단계’에 진입했고, 가뭄 상태가 이어질 경우 가장 높은 경고 수준의 ‘심각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밖에도 충북·전남해안 등 일부지역에서도 물 부족현상이 나타나는 등 전국이 마른 상태에 놓여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지난 5월 기준 전국 평균 강수량은 155㎜인 것으로 관측돼 예년 259㎜의 60%에 불과하고, 농업용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은 예년 81%보다 낮은 72%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달부터 8월까지의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측돼 농업용수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내기 한 논은 쩍쩍 갈라져 어린 모들이 논바닥 틈새에 걸쳐있고, 심할 경우 농업용수를 가둬놓는 저수지의 밑바닥이 훤히 드러난 곳도 있다. 농작물이 바짝 마르고, 논바닥이 갈라지면서 농민들의 마음도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용수 확보대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강수량 자체가 워낙 적다보니 역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지역에 관정 등 용수원 개발, 간이양수장 설치 및 저수지 물 채우기 등을 실시하는가 하면 영농 급수대책비 긴급 지원 등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동업자인 하늘은 야속하기만 하다.

국무조정실은 ‘통합물관리 상황반’을, 농식품부는 ‘농업가뭄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며, 가뭄 해소 시까지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비 소식이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농산물 수입개방과 불안정한 가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들에게 봄 가뭄이 또 한 번의 큰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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