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마릿수 감소로 곳곳 빈 계류장
신규 송아지 입식 준비…신중히 결정해야

▲ 송아지를 구매키 위해 나온 한우농가들은 높아진 송아지 가격 탓에 입찰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5일. 오전 9시 전남 나주시 왕곡면에 위치한 나주축산농협 우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새 주인을 찾는 소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5일, 10일, 15일 등 5의 배수인 날짜에 열리는 나주 우시장에선 이날 임신우, 비육우, 송아지 등 통합경매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농가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은 단연 송아지 경매. 최근 높아진 송아지 가격 탓에 구매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시계가 오전 10시를 가리키자 농가들은 손에 쥐고 있던 응찰기에 앞서 눈여겨봤던 송아지의 입찰가격을 누르기 시작했다.

# 송아지 가격 상승…수요 증가보다 공급 감소
이날 경매장에서는 암송아지 30마리, 숫송아지 164마리로 총 194마리의 송아지가 거래됐다. 송아지 평균 거래가격은 암송아지 324만원, 숫송아지 393만원으로 최고가는 각각 390만원, 473만원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한우농가들은 “송아지 출장마릿수 감소해 송아지 가격이 뛰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송아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수요 증가보다 공급 감소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가축시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빈 계류장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거래마릿수가 비교적 적은 월요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250~300마리까지 거래됐던 것과 비교해 보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경매장을 찾은 임동권 전국한우협회 나주시지부장은 “과거 송아지 거래마릿수가 많은 때는 가축시장 내 송아지를 묶어 놓을 곳이 없어 난감해 하던 농가들도 더러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빈 계류장이 종종 보인다”며 “이같은 상황은 다른 가축시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송아지가 감소하게 된 원인으로 많은 농가들이 소규모 번식농가의 감소를 꼽았다. 전남 영암군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방극성 씨는 “2011년부터 송아지 가격 하락으로 번식농가의 경영상황은 급격히 악화됐고, 이때 어려움을 호소하던 번식농가들이 정부 주도의 암소감축사업에 동참하며 암소를 처분하거나 일관사육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현재 농번기철인 것도 송아지 출장마릿수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 철에는 제때 송아지를 출장하지 못하는 농가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 송아지가격 대비 낮은 도매가…농가들 ‘한숨’
상황이 이렇다보니 송아지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 송아지를 구매하는 농가들은 “많은 소비자들이 수입육으로 눈을 돌려 올라간 송아지만큼 한우 도매가격이 받쳐지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경매장에서 8마리의 송아지를 구매한 전남 강진의 주대열 씨는 “먹고 살려면 우사를 비워둘 수 없어 송아지를 구매하려고 나오긴 했지만 출하시기에 본전만 뽑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송아지 가격이 270만원 전후로 형성돼야 번식농가도, 비육농가도 부담이 없지만 지금은 100만원 이상 높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1차 경매가 끝나 경매결과가 띄워져 있는 전광판에는 ‘유찰’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보였다. 높아진 송아지 가격에 농가들이 선뜻 가격을 적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던 한 농가는 “송아지 가격이 높아 2차 경매에서 가격을 조금 더 하락시켜 경매를 볼 참”이라며 “통상 송아지 가격이 높으면 유찰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뛰는 송아지 가격을 또 다른 시선으로 보는 농가도 있다. 송아지 출장 개월령이 높기 때문에 송아지 가격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가장 높은 낙찰가를 받은 송아지는 지난해 6월 9일생으로 12개월령이다. 통상 6~7개월령인 송아지에 비해 두배 가량 더 많이 길러졌다. 때문에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이같은 이름만 ‘송아지’인 육성기의 소들로 평균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현장에 나와 있던 한 한우 관계자는 “송아지의 출장 개월령이 높아지면 거세시기가 늦어져 거세 시 사고축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고급육의 기준이 되는 미세 마블링 형성도 방해하는 등 한우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이를 경계해야 한다”며 “또한 신규로 송아지를 입식을 준비 중인 농가들은 2년 뒤 소값이 어떻게 변할지 따져보고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농가들에게 신중한 입식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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