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8년차인 A사의 김차장. 김차장은 공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출근시간이 바쁘기도 하지만 전날 먹은 술로 속이 불편한 날이 많아 아침은 거르기 일쑤다. 회사에서의 점심은 김치찌개나 대구탕 등 한식류를 먹는 날도 있지만 칼국수나 냉면, 짜장면 등 면류를 먹는 날도 많다. 매주 3~4번은 거래처와의 술약속. 주로 고깃집이나 횟집을 즐겨 찾으며 밥은 거의 먹지 않는다. 이번 주 김차장이 먹은 공기밥은 겨우 3공기 수준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B군. 아침 7시 50분까지 등교하기 위해서는 아침밥을 제대로 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빵이나 계란후라이와 소시지, 씨리얼 등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다행히 학교급식으로 점심은 제대로 된 밥을 먹는다. 그러나 하교 후 곧바로 학원행인 B군은 저녁은 햄버거나 분식류 등으로 떼우기 일쑤다.

#새내기 직장인 C양. 다이어트 중인 C양은 아침은 간단한 씨리얼로, 점심은 닭가슴살 샐러드와 오렌지 주스, 저녁은 달걀 2개로 버틴다. 매일 이렇게 먹는 건 아니지만 C양이 한 주일 동안 먹는 밥은 많아야 1~2공기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도시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일반인들의 한 주일간 식단이다. ‘정말 이 정도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데 이렇게 밥을 안먹어서야 되겠냐고 야단할만 하지만 현실이다. ‘먹방’, ‘쿡방’ 등이 유행하면서 TV만 켜면 밥이 아니어도 한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지천에 널려 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전년대비 1.6% 감소한 61.9kg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같은 하락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 올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이보다 더 하락한 59.6kg로 예상했다. 이를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약 163g정도로 밥 한공기에 쌀 120g이 담기는 것을 고려할 때 하루에 한 공기 반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경연은 오는 2027년 1인당 쌀 소비량이 47.5kg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쌀 공급 과잉 문제는 업계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물론 기상여건이 갈수록 불안정해져 극심한 태풍피해나, 가뭄 등의 여파로 수확량이 급감할 우려가 있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사실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도 부랴부랴 직불제 개편방안을 검토하고, 생산조정제 도입 등 제도적인 손질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차원의 대책은 그것대로 추진하더라도 쌀 생산자(단체) 스스로의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 생산자 스스로도 재배면적 감축에 적극 나서고, 쌀 소비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을 함께 펼쳐 나가야 한다. 생산자(단체)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지금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두 팔을 걷어야 한다. 이를 위한 조직 육성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정부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어서도 안된다. 생산자들 스스로 수급안정의 주체로 나설 때 쌀 산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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