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가를 달궜던 재창작연극 ‘순우삼촌’은 1970년대 농촌, 잠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순우는 농사를 지으며 가족들을 부양하는 구국(求國)농업시대의 전형적인 농업인이다. 이 연극에서 순우는 잠실의 개발 붐이 일자 평생 일궈 온 농지를 유학에서 돌아온 형의 등살에 정리해야 하는 등 영농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괴로워한다.  

이 연극은 순우라는 이름을 빌려 산업의 발전에 따라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우리 농업’의 현 실정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12월 1일 기준 농가 인구수는 256만9000명으로 국내 총 인구에 5%에 불과하다. 1970년 1400만명 대비 81.65% 줄어든 수치다. 백색혁명을 통해 국가의 산업화를 견인해왔던 우리의 ‘순우’는 이제 100명 중 5명에 지나지 않다. 이 때문에 구국농업, 신토불이, 마음의 고향이라는 우리 농업과 농산물의 이미지는 사실상 범국민적인 공감대를 불러 모으지 못하고 있다.

농업계의 ‘농업재정비’를 위한 중장기정책과 예산확보에 대한 끊임없는 목소리에도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 있다. ‘국민공동자산’인 예산을 효율적으로 지원받고 농업계 숙원과제를 정책화하기 위해서는 농업인 외 95%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업계는 학계·농업인·연구기관·스타트업·중견기업 등을 한데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성해야한다. 농업계는 더 이상 농산물을 ‘신토불이’를 고품질로 대변하지 못하는 만큼  관련 기능성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도록 ‘과학의 탈’을 씌운 식품,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소비니즈를 소비자 가까이에서 주기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수도권 범농업계 거점 플랫폼이 필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화훼공원 및 공판장, 창업, 비즈니스, K-Food, R&D(연구개발)플랫폼을 한데 묶은 ‘aT플래닛’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5%인 농업이 ‘과학적인 고품질 농산물 생산’, ‘소비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농업홍보방안’을 구색해 95%의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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