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농협경제지주 젖소개량사업소장

축산 강국으로 가는 핵심열쇠로 손꼽히는 분야가 ‘가축개량’이다.

대내외적인 상황변화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축산을 만들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건강하고 경제적 가치가 높은 가축을 만드는 게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세기만에 이룬 우리나라 축산업의 성장은 축산농가와 종축개량 관련 주체들의 가축개량을 위한 열정과 실천이 그 기반이 됐다. 

특히 젖소 개량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 왔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1962년 정부지원 아래 농협중앙회 가축인공수정소로 출발, 5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나라 젖소개량의 역사를 함께해 온 농협경제지주 젖소개량사업소의 문명호 소장을 만나 우리나라 젖소 개량 수준을 짚어보고 주요 성과와 향후 개선사항에 대해 들어봤다.

Q> 현재 우리나라 젖소 개량의 수준을 평가한다면
“1972년 처음 젖소 씨수소 동결정액을 생산·공급한 이후 우량 젖소 씨수소 개량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현재 한국의 젖소 씨수소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 이르고 있다.

실제 농협젖소씨수소에 대한 국내유전평가 결과를 토대로 국제가축기록위원회(ICAR) 산하 국제씨수소유전평가기구인 인터불의 평가 결과 형질별로 전 세계에 유통되는 씨수소 14만6000만여마리 중 세계 최상위 1%가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유량, 유지량, 유단백량, 체형종합점수 등 다양한 형질에서 최상위 성적을 보여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

여기에 유우군능력검정사업을 통한 검정개체들의 개량실적도 탁월해 30년 전인 1986년 젖소 마리당 산유량이 5438kg이었으나 현재 사업 참여 젖소의 산유량은 10334kg으로 두배 가량 늘었다. 산유량 기록으로는 이스라엘과 미국 다음으로 세계 3위 수준이다. 세계 낙농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량 증가와 비례해 유지방량도 197kg에서 389kg으로 늘었다.”

Q> 농협 젖소개량사업소의 역할도 중요했다고 보는데
“젖소개량사업소는 △우량씨수소 확보를 통한 젖소 정액 생산·공급 △전국 암소의 산유량, 유성분 등 생산능력 및 번식능력을 조사, 유전능력을 평가하고 농가개량을 촉진하는 유우군능력검정사업 △젖소정액 해외수출 △젖소개량 기술교육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매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최상위에 랭크된 3~4마리의 씨수소를 도입하고 유전능력 최상위의 고능력 수정란을 매년 400개 가량 도입해 씨수송아지를 생산, 우리 환경에 맞는 한국형 보증씨수소를 5마리 가량씩 선발한다. 올 상반기에도 ‘디시젼(208HO 10281)’과 ‘제우스(208HO 10283)’를 선발했다.

현재 사업소에는 검정우 21마리, 후보우 193마리, 의빈우 4마리 등 218마리의 씨수소를 사육하며 연간 38만스트로의 정액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40년간 낙농가의 소득증대와 안정적인 우유공급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해 왔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유우군능력검정사업 참여농가의 산유량이 비검정농가에 비해 55.2%가 높았다. 연간 총 5874억원이라는 농가소득 증대효과를 본 것이다.

여기에 낙농가들의 젖소정액 구입가격을 수입정액의 6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생산비 절감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수입정액의 가격 견제 역할도 하고 있다. 이밖에 축산농가의 신기술 습득과 기술력 향상을 위한 기술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Q> 국산 젖소정액을 동아프리카에 수출했다는데 
“1999년 베트남에 1만스트로의 한국형 씨수소 정액을 수출한 이후 중국, 필리핀, 몽골 등에 정액을 수출했다. 특히 우간다에는 2014년 7월 처음으로 국가간 검역조건타결을 통한 공식 수출이 성사된 이후 3년 연속 수출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되는 우간다 낙농산업경쟁력제고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국산정액 1만~2만스트로 수출과 함께 번식사양시범단지 조성도 추진된다.

이같은 성과는 젖소 종자국으로서 자부심과 함께 한국 낙농산업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나라 환경과 유사하며 낙농산업 부흥을 기대하고 있는 다른 국가의 젖소 개량에도 크게 기여해 낙농가들이 납유이외에 부가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Q> 젖소 개량에 있어 보완·개선할 사항이 있다면
“젖소 개량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보완할 부분이 많다. 우선 유우군능력검정사업의 농가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64%의 농가만 참여중인데 농가 인식개선을 통해 선진 낙농국 수준인 80% 이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선진 낙농국의 씨수소처럼 신뢰 높은 유전자원을 선발하는 발판을 마련, 국내 기후와 환경에 적합한 좋은 유전자원을 만들겠다.

더불어 국내 낙농가 1산차 유량이 30년전보다 4346kg이나 많은 9144kg에 이르고 있으나 1산차가 35.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선진낙농국인 미국은 2.83산차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평균산차가 2.4산이다. 이는 경제성을 크게 훼손하게 돼 경제수명과 장수성 개량을 초점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밖에 누적된 유우군능력검정 자료 295만건과 혈통자료 157만건을 분석한 결과 부모를 모르는 자료수가 45%에 이르고 있어 지속적인 혈통자료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Q> 마지막으로 낙농가에 전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최근 세계적으로 종축능력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선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능력 및 후대검정사업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앞으로 이 사업에 대한 검정농가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 우수한 암소에 후대검정정액을 수정하는 게 목장 개량을 촉진해 수익을 높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사업소도 후대검정정액 사용확대를 위해 우수 후대검정 딸소를 생산한 농가를 ‘쇼케이스 팜’으로 선정하고 있는데 시상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향후 개량목표에 기존 유량, 유지방, 체형, 체세포 기록 이외의 경제 분만형질을 새롭게 도입해 설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사업소도 기존 생산형질과 체형형질 중심의 유전평가를 난산, 수태율, 비유지속성, 경제수명, 사료효율, 착유속도 등 경제 분만형질 항목을 확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하겠다.

앞으로 낙농가들이 농협 젖소정액을 더 많이 사용하고 검정사업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목장의 개량과 경영이 더욱 튼실해 질 수 있음을 다시한번 강조드린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