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 쌀 생산조정제 도입을 위한 예산이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다 최근 4년 연속 풍작으로 쌀 재고까지 쌓여 산지쌀값은 농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사이 등락을 반복하던 산지쌀값이 80kg기준 13만원대를 겨우 회복하는 듯하다가 2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 15일 12만664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3332원에 비해 11.7% 낮고, 1995년 이후 22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 같은 산지 쌀값으로는 도저히 영농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지자 쌀 생산농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오죽했으면 쌀 생산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 온 농민들조차 쌀 생산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 같은 쌀 산업의 심각성을 반영해 지난해 말 쌀 생산조정제 시행을 위한 예산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계속되는 쌀 과잉생산으로 쌀값 회복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농민 스스로 쌀 재배면적 감소를 주장하고 나섰고, 농식품부가 이를 받아들여 904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예산당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존에 실패한 정책이라거나 쌀 변동직불금과 유사한 또 다른 형태의 직불금이고,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사족을 달긴 했으나 쌀 재배농민들의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지난해 수확기 당시 쌀 재고량은 정부 175만톤, 농협 57만톤, 민간 6만톤 등 238만톤에 달했고, 최근에도 180여만톤 가량의 쌀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이는 FAO(세계식량기구)가 권장하는 정적 재고량이 80톤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쌀 소비촉진을 위한 캠페인, 저소득층 지원 등을 시행해도 쉽게 줄지 않는 양이다. 현재의 쌀 재고량은 인위적으로 쌀값을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민들이 결정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가 쌀 생산을 줄이는 일이고, 이 때문에 농민 스스로 쌀 생산조정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올해 안에 지자체별 감축목표를 부여해 전국적으로 3만5000ha의 논을 줄이기로 했다. 제한된 권한과 한정된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최상의 대책인 것은 맞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추진했던 쌀 생산조정제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쌀 수급안정은 수요량에 생산량을 맞추는 것이고, 과잉된 만큼 쌀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쌀 생산조정제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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