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곤 한국수산경영학회장

직장인 김수산은 퇴근 무렵, 오늘 저녁 지인들 초대 만찬을 위해 빌딩양식 앱을 검색 중이다. 메뉴는 넙치, 전복, 새우 그리고 해삼 등 럭셔리한 생선회다. 어종별로 친어 원산지, 크기, 무게 그리고 색깔 옵션을 선택하자 실제 도심 한 복판의 빌딩양식장에서 양식되고 있는 실물이 동영상으로 보여진다. 어종 선택을 마치고 모바일 페이로 계산을 하자 주문완료 메시지가 뜬다. 1시간쯤 걸려 집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배달이 완료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택배드론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 날 저녁 그는 지인들과 함께 푸짐하고 즐거운 생선회 파티를 즐겼다. 빌딩양식장 내 식물공장에서 길러 낸 상추며 깻잎이며 고추까지 배달되었으니 김수산 아내는 생선회 만찬 준비에 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도심에서 수족관 활어가 아닌 생선회를 1시간 이내에 배달받아 저녁파티를 즐길 수 있을까? 현재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꿈은 이미 꾸고 있고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름하여 빌딩양식(Vertical Aquaculture)이란 개념이 2011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나오게 됐고, 현실화를 위한 연구가 일부 추진 중이다. 빌딩양식은 바다나 강이 아닌 육상의 빌딩에서 수산생물을 양식하는 것으로 자연과 같은 환경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기존의 양식에 비해 비용이 그리 높지 않아야만 가능하다. 즉 기술성과 경제성이 갖춰져야만 빌딩양식이 현실화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양식기술 이외에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과의 융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빌딩양식이 필요한 이유는 부족한 수산식량의 안정적 확보, 기존 해상 및 육상양식의 한계 극복, 기술자본 집약적 첨단양식 개발 필요성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기존 양식의 한계인 자연재해, 바다오염, 질병의 확산 등은 자연상태에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나아가 빌딩양식은 단순히 수산물을 양식해 공급하는 1차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융복합산업으로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소비자가 모여 있는 도심의 빌딩에서 양식만 한다는 것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양식업 외에 상업, 체험관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복합빌딩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기도 하고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빌딩양식산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융복합 기술은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인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3대 기술 즉, 물리기술(드론, 로봇 등), 디지털기술(IoT, 빅데이터, AI, NT 등) 및 바이오기술(유전자 편집, 바이오 3D 프린팅 등) 외에 환경기술(ET), 건축기술(BT), 문화기술(MT) 등이 있다.

양식에서 가장 중요한 양식수 처리를 위해서는 환경기술이 절대적이고, 양식물의 양성 및 수확 관리를 위한 인공지능화 및 자동화를 위해서는 디지털기술과 물리기술이 그리고 양식생물의 질병관리 및 생육조건의 최적화를 통한 동물복지를 위해서는 생명공학 및 문화기술이 필요하다. 빌딩양식을 위한 건물의 설계, 시공 및 관리를 위한 건축기술과 양식물의 가공 및 유통을 위해서는 물리기술이 요구된다. 이처럼 빌딩양식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양식기술의 진보 또는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특정기술 및 도구의 발명 또는 적용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과 조화로 인해 촉발되는 혁신과 변화이다. 스마트 빌딩양식은 바로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가치가 실현될 때 성공할 수 있다.

빌딩양식 개념은 필자가 2004년 본지에 ‘공장형 양식을 통한 양식혁명’이란 시론을 통해서 논의가 시작됐고, 2011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기본과제로 빌딩양식을 연구하면서 정립됐다. 이후 몇 편의 연구를 통해 정책사업화를 추진하고자 하였으나 국가정책으로 자리매김도 되지 않았고 투자도 이뤄지지 못해 아직 제대로 된 착수도 못한 상태다. 스마트 빌딩양식 산업화는 신정부 국정 어젠다 중 하나인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매우 적절한 아이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R&D(연구개발)부터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투자를 통해 수산분야 4차 산업혁명 총아로 스마트 빌딩양식 산업화가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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