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물 80% 이상이 금어기 갈치
혼획인정비율 10% 넘어선 선사도
해수부, 금어기 해제 추진…제도시행 1년만에 무력화 '빈축'

▲ 부산공동어시장 종사자들이 지난 4일 양륙된 갈치를 선별하고 있는 모습. 대형선망업계는 금어기인 갈치를 대량으로 어획, 수산업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갈치어업이 금어기에 들어가면서 갈치 조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수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일 부산공동어시장으로 입항한 대형선망수협 조합원선사의 운반선에서 양륙한 어획물의 80% 가량이 갈치였다.

대형선망업계의 갈치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수산업계에서는 대형선망업계가 한·일 어업협정 지연을 이유로 마구잡이식 어획을 한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해양수산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이같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금어기에도 갈치 어획 ‘여전’

이달부터 갈치어업이 금어기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갈치 어획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이달 어획된 물량은 지난 3일 처음으로 위판됐는데 전체 위판량 47만2964kg 중 갈치가 26만9856kg을 차지, 전체 위판량의 50%를 훌쩍 넘어섰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달 30일 어획된 물량 중 지난 1일에 위판되지 못한 물량이 포함된 것으로 실제로 이달 중 어획된 것은 28만4632kg이고 이중 1만548kg이 갈치였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소속 수산자원조사원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 4일 부산공동어시장으로 입항·양륙한 물량 중 갈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가량을 차지했다.

이날 양륙된 물량 중 갈치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공동어시장에 위판이 되지 않은 터라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양륙된 어획물의 80% 이상이 현재 금어기인 갈치였다는 게 수산자원조사원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행정처분권한이 없는 수산자원조사원들은 갈치 어획비중이 혼획인정비율을 넘어섰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공동어시장 측에 위판을 하지 말 것과 어획물을 폐기처분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한·일 어업협상이 지연되면서 조합원 선사에서 출어할 어장이 없는 터라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조합원 선사의 갈치 어획량과 소형어 어획량이 증가하면서 조합원 선사 측에 갈치와 소형어 어획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 혼획률 꽉 채운 선사들

대형선망어선들의 갈치 어획과정에서 대부분의 선사가 혼획인정비율인 10% 수준을 기록, 10%를 넘어서는 어획물에 대해서는 폐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종사자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대형선망어선의 어획량은 28만4632kg으로 전체 어획량에서 갈치 어획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4%를 기록했다.

전체 어획량에서 갈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은 1개 선사가 18만8016kg을 어획했으나 해당 선사에서 갈치를 전혀 어획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3일 부산공동어시장에 위판한 12개 선사의 위판실적을 살펴보면 이중 7개 선사는 갈치 어획비중이 10%였으며 1개 선사는 23%, 2개 선사는 각각 9%와 7%를 차지하는 등 2개 선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사가 10% 전후의 혼획비율을 보였다.

이처럼 갈치의 어획비율이 10% 이내 수준으로 맞춰지는 데 대해 수산업계에서는 대형선망업계가 의도적으로 갈치를 포획한 뒤 상품성이 있는 갈치만 위판하고 나머지는 폐기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혼획을 인정하는 것은 목표어종을 어획하는 과정에서 다른 어종이 부수적으로 어획될 수밖에 없는 어업현실을 반영해서 인정해주는 것이지 그 범위내에서 마구 잡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며 “대형선망어선은 선별적 어획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선사에서 법적으로 허용되는 혼획인정비율이 10%를 기록했다는 것은 갈치를 의도적으로 어획한 후 혼획비율을 넘어서는 물량을 폐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형 업종들이 ‘혼획비율’ 뒤에 숨어서 금어기인 어종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들인다면 승선옵서버 의무화나 비디오 장치 의무화 등 보다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해수부는 ‘오락가락’

갈치 금어기가 이제 2년차를 맞이했는데 정작 해수부에서는 일부 업종에 사실상 갈치 금어기를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상 갈치금어기는 7월 한달 간이며 근해채낚기 어업과 연안복합어업, 해당기간 중 갈치 어획량이 전체 어획량의 10% 미만을 어획한 업종은 금어기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제주지역 근해 연승업계에서 한·일 어업협정 지연 등을 이유로 북위 33도 이남지역에 대해서는 금어기를 적용하지 않을 것을 요구해 왔고, 해수부는 이같은 근해 연승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4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한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이달부터는 갈치금어기는 ‘계도’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공문도 발송했다.

수산업계에서는 해수부가 북위 33도 이남지역에 대해 갈치 금어기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해수부가 제도 시행 2년차에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한 수산자원전문가는 “원론적으로 보면 중간수역인 북위 33도 이남 수역도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른 관리대상”이라며 “한·일 어업협정 지연으로 피해를 입는 업종이 연승어업만 있는 것도 아니고 협정이 지연되는 이유도 제주지역의 연승어업때문인 데 이들 업종을 갈치 금어기 규정에서 예외조항으로 둔다면 누가 이해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북위 33도 이남 수역의 갈치들은 산란을 하지 않고, 이북 수역의 갈치만 산란을 하는 것도 아닐 텐데 해수부가 북위 33도를 기준으로 금어기의 적용여부를 결정하는 게 온당한 조치인지 의문스럽다”며 “제도의 목적이 분명한데, 한·일 어업협정 지연을 이유로 해수부에서 금어기 제도 시행초기부터 제도를 누더기로 만들어 버린다면 어업관리제도들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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