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지난 7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내 국민인수위원회에 제출한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건의문에는 절박성이 담겨져 있다.

내년 3월 23일까지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축산농가가 범법자로 전락하거나 축산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무허가축사 적법화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까다로운 행정절차, 막대한 비용 등으로 인해 기한 내 완료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워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은 국민들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백질 공급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왔고, 나아가서는 식량안보 수호란 자긍심 하나로 버텨왔는데 한 순간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한데 대한 억울함마저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간의 사정이야 어찌됐든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골자로 하는 가축분뇨법이 만들어진 만큼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당연히 준법의무를 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축산농가들로서는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이행하기가 만만치 않은 측면이 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해서는 가축분뇨법은 물론 건축법, 하천법, 농지법 등 걸쳐 있는 법이 너무 많다. 여기다가 현황측량을 비롯해 불법건축물 자진 신고, 이행강제금 부과 납부, 가설건축물축조 신고, 건축 신고 또는 허가, 가축분뇨 처리시설 설치 신고 또는 허가, 축산업허가(등록) 변경 신고 또는 허가 등 행정절차가 복잡하다.

이 같은 행정절차를 거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통상 5~6개월이고, 행정절차에 수반되는 비용도 수천만에 달해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4만4000여개의 무허가축사 가운데 적법화를 완료한 축산농가가 2800여호, 6.5%에 그친 이유이다.

수입축산물개방과 부정청탁금지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축질병까지 발생하는 등 축산농가들이 이중, 삼중의 고초를 겪어 온 데도 무허가축사 적법화의 저조한 실적에 한몫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3월 23일 이후에는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이 범법자란 굴레를 뒤집어 쓴채 축산업을 접어야 한다.

축산업은 비단 축산농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안보와도 직결되는 산업이다. 가뜩이나 후계인력도 부족하고, 신규농가도 없는 상태에서 기존 농가를 축산현장에서 내몰면 국내 축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축산농가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법대로를 주장하는 사이 축산농가의 삶의 현장이 무너지고, 나아가 국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받는 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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