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산업 보호 방역 대책…피해 최소화
백신정책, 체계적 모니터링 구축 ‘열쇠’

정부가 마련한 AI(조류인플루엔자) 방역 개선대책에 대해 생산자와 학계, 정부 등이 한자리에 모여 AI 개선대책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지난 5일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 비례) 주최, 대한양계협회·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정부의 AI 개선대책! 문제는 없는가?’를 주제로 한 정부의 AI방역 개선대책 토론회에서는 AI 개선대책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 양계산업 보호할 수 있는 방역대책 마련돼야
이홍재 양계협회장은 ‘생산자가 바라보는 정부의 AI 방역 개선대책 문제는 없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의 AI 방역대책은 양계산업 보호라는 근본적인 목적에 어긋난 대책이라고 지적하며, 산업 종사자인 농가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AI 방역 대책의 가창 첫 번째 목적은 양계산업을 보호하는 데 있지만 정부는 AI 발병과 확산의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며 규제일변도의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AI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의 피해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초동대응 강화를 위해서는 철새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즉시 심각단계에 준하는 방역단계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AI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분류돼 있으며, AI 방역대책에서 정부는 이를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는 즉시 최고수준인 심각단계로 발령토록 개선한 바 있다.

그러나 농장에서 AI가 확정된 이후에 조치하는 것은 방역이 늦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철새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즉시 위기단계가 발동될 수 있도록 재정립해야 한다는 게 생산자 측의 의견이다.

이 회장은 “농장에서 AI가 발생된 이후 위기경보를 격상하는 것은 철새에서 농장에 바이러스가 옮겨지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따라서 AI 바이러스가 철새에서 농장으로 전파되기 전, 즉 철새분변에서 AI 바이러스 검출 즉시 별도의 위기단계를 적용하고 심각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백신정책은 모니터링이 열쇠
‘백신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를 예방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발표한 레스심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박사는 현재 한국은 백신 사용을 고려할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다만 백신정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백신 후 무증상 감염 상태의 개체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모니터링 전략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스 박사는 한국은 2003년 이후 AI가 매년 유입되고, 이러한 추세는 향후 10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경우 농장의 밀집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AI 바이러스가 먼지 등을 통해 쉽게 농장간 수평전파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한국은 차단방역만으로는 AI를 막는데 한계가 있는 구조이므로 백신 도입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AI 바이러스가 상재화된 이후 백신을 사용했기 때문에 청정화를 기대할 수 없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아직 상재화가 진행되지 않아 상황에 따라 AI 청정국 지위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심스 박사의 설명이다.

다만 백신사용으로 가금류가 죽지 않고 질병에서 방어될 수 있지만 간혹 감염된 개체에서 바이러스가 다른 조류에게 전파하는 ‘무증상 감염 개체’들에 대한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폐사계를 수거해 검사하고, 감염 위험 시기에는 검사 간격을 자주 수행하는 등의 폐사계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스 박사는 “성공적인 백신프로그램을 구축키 위해선 믿을만한 곳에서 제조된 백신의 사용과 백신 후 적절한 모니터링과 예찰 시스템, 백신평가와 위험도에 따른 항원 업데이트도 고려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점은 농장과 수의사, 정책결정자 등 AI 관련 산업의 협력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련산업 설득작업 펼쳐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가금관련 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설득 노력을 펼쳐 관련 산업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안영기 계란자조금관리위원장은 “백신을 포함한 정부의 방역대책을 두고 생산자단체 사이에서도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다”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농가들의 희생도 분명히 필요한 만큼 집행부에서는 이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양계산업의 위축을 막기 위해선 AI 백신을 접종한 닭고기, 계란 등을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가금산물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최소화시키는 역할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수 수제가축병원 원장도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AI 방역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먼저 찾고, 그 방법을 농가와 수의사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선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자료가 바탕이 돼야 하지만 정부에서는 현장에서 적용할 경우 어느 정도의 효과가 발생하는지 실험도 없이 논의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특히 백신정책을 도입할 경우 언제, 어떤 축종에, 어떤 백신을 쓸 것인가에 대한 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토론회 참가자들은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독백신을 활용한 링백신을 비롯해 생독백신의 사용, 예방적 백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김용상 농식품부 방역관리과장은 “오늘 토론회에 나온 얘기들을 다시 한 번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해보는 시간을 갖겠다”면서 “추후 이같은 토론회 자리를 많이 마련해 농가와 학계 등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