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고랭지 배추 절반이나 건지려나
가뭄에 이은 폭우…배추밭엔 '한숨만'

▲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배추포장은 지속된 가뭄으로 무름병이 발병한데 이어 최근 내린 폭우로 작황이 더욱 악화돼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포장에서는 수확이 끝났음에도 50% 정도의 물량이 방치돼 있다.

지난주 유래 없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강원도 준고랭지·고랭지 배추 주산지 포전은 토사가 흘러내리고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이 흥건했다. 정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릉 안반데기는 3일 동안 500mm의 폭우가 쏟아져 곳곳에 토사가 쓸려 내렸으며 어린 배추가 유실된 곳이 많았다.

안반데기에서 만난 한 농업인은 “정식한 지 3일된 밭에 폭우가 쏟아져 토사가 흘러내리고 배추도 유실됐다”며 “재파종도 어려워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최근 안반데기 지역에 내린 비로 전체 배추 재배 면적의 5% 정도의 토사가 흘러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선 임계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칼슘결핍과 무름병 피해를 본 배추가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이 같은 포전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했으며 일부 수확을 한 밭도 전체 면적의 40~50% 정도를 건지지 못해 방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최근에 내린 비가 가뭄 해갈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배추 재배지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포전을 동행한 농경연 농업관측센터 연구원은 “오는 15일 정도까지는 평창 방림지역에서 수확한 배추가 소비량을 채우겠지만 가뭄과 비로 인해 그 이후에 출하될 물량이 급감하면서 도매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장기간의 가뭄으로 관리를 제 때 하지 못한 포전은 이번에 내린 비로 송두리째 망가졌다”고 설명했다.

태백 귀네미 마을은 아직 정식을 하지 않았거나 정식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밭이 많았는데 폭우로 길 주변에 자갈이 쓸려 내려온 경우가 많았다. 안개가 자욱해 정확한 작황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곳곳에 어린 배추가 쓸려 내려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준고랭지 1기작이 출하되고 있는 평창 방림면 계촌리와 정선군 임계면은 무름병, 시들음병, 칼슘켤핍 등으로 품위가 떨어진 배추가 대부분이었다.

농업인들과 산지유통인들은 포전에서 배추를 조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애썼지만 이미 다 썩거나 썩기 시작한 배추를 소비지에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림면에서 배추 상차 작업 중이던 오석철 반장은 “5톤 트럭에 배추를 가득 채워 도매시장에 출하해도 농업인들의 손해는 100만원이 넘는다”며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기 위해서 울며겨자먹기로 출하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가가 손익분기점 이상의 수취가격을 얻기 위해서는 준고랭지 1기작 배추의 도매가격이 5500원 정도를 넘어야 하지만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경락가격은 대부분 3000원 선이다.

방림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임종명 씨는 “배추가격이 높게 형성되면 소비지에서 난리가 나고 산지유통인들이 유통마진을 많이 남긴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지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은 그 만큼 산지 작황이 좋지 않아 수확할 수 있는 농산물이 없고 갖가지 피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토로했다.

임 씨는 이어 “농업인, 산지유통인들이 마치 엄청난 돈을 벌고 유통마진을 많이 남기는 것처럼 보여지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산지유통인이 없다면 주식채소로 불리는 채소의 농업생산기반은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하순부터 출하가 시작되는 삼척 하장지역의 경우도 아직 작황이 저조하진 않지만 향후 고온여부에 따라 작황이 변동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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