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농정의 방향타를 기존 경쟁과 효율 중심의 농정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선진국형 공익 직불제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과거 성장과 경쟁 위주의 농정은 오히려 농가소득 및 경영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선례적으로 농정방향을 산업정책에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농촌지역정책으로 전환하고 농정개혁을 통해 공익형 직불제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선진국의 농정방향 전환과 이에 따른 농업직불제 변화 추이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 EU, 품목별에서 단일직불제 전환…다원적기능 보상개념 확대

EU는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농정이념으로 설정해 안전하고 충분한 식품공급, 농촌사회 유지, 다원적 기능 발휘를 농정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EU는 2003년과 2013년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을 통해 공익형 직불제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품목별로 지급하던 직불금을 통합해 단일직불제로 전환하고 농지를 ‘농업생산과 환경보전에 우호적인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상호준수의무 이행 조건을 부여했다. 이는 직불제를 사회적으로 필요한 다원적 기능 생산에 대한 보상의 개념으로 확대한 것이다.

현재 EU는 기본직불(단일직불)과 환경직불, 4개의 옵션형직불(조건불리직불, 청년농직불, 재분배직불, 생산연계직불), 소농직불로 구분해 시행하고 있다. 단일직불을 기본직불로 하고 환경직불 및 옵션형 직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EU의 경우 농정예산 중 직불금 예산 비중이 2015년 기준 71.4%를 차지, 약 409억 유로(약 20조원)를 직불금으로 농업인에게 지급하고 있다.

#스위스, 다원적기능 강화…목적형 직불제로 전환

스위스는 연방헌법을 통해 농업의 다원적 기능 제고를 위해 농업인에 대한 보상을 의무화하고 있다. 스위스는 1993년 일반직불, 공익형직불(생태직불, 동물복지직불)을 도입했다. 일반직불은 생산량과 관계없이 경지면적과 사육마릿수에 기초해 지급하되 상호준수의무(토양·수자원보호, 생물다양성 유지, 경관보전 등)를 이행해야 한다. 생태직불은 일반직불보다 더 엄격한 상호준수의무 이행조건을 수행하는 농가에 추가로 지급하는 직불금이다. 동물복지직불은 친환경 복지형 사육 규정을 준수하는 농가에게 지급하는 직불금이다. 당시 공익형 직불은 농업생산에 환경보호와 경관보전 등을 결합해 농업이 지닌 공익적 가치를 보상한 혁신적인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스위스는 2014년 농정개혁을 통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목적형 직불제로 전환했다. 목적형 직불제는 기본형 직불(식량안보직불, 경관직불)을 받고 농가선택에 따라 가산형 직불(생물다양성직불, 생산시스템직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위스는 연방헌법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 보상을 명문화한 이후 농정예산에서 차지하는 직불금 비중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1999년 56.7%수준에서 2014년 75.1%, 올해에는 82.3%에 달하고 있다.

#일본, 중복수급 가능·마을단위 위주로 지원

일본은 농정개혁을 통해 2000년부터 공익형 직불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2014년에는 농지유지직불제를 신설하고 기존 자원향상직불을 묶어 다원적기능 직불제로 명명했다. 2015년도에는 ‘농업이 가지는 다원적기능의 발휘 촉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기존 공익형 직불을 통합, ‘일본형 직불제’로 정하고 이를 법제화 했다.

일본의 공익형 직불은 다원적 기능 제고와 농촌의 활력화를 통해 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본의 공익형 직불은 중복수급이 가능하며 마을단위 위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일본형 직불은 중산간지역 직불, 환경보전형농업 직불, 다원적기능 직불로 구성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농림수산예산에서 직불금예산이 3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직불금 예산 7768억엔 중 공익형 직불예산은 830억엔으로 10.7%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시사점]농정방향, 농촌지역정책 전환…공익형 직불제 확대

선진국들은 이미 농정방향을 산업정책에서 농촌지역정책으로 전환, 환경오염이나 경영불안정성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제고 하고 있다.

다원적 기능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공급되기 위해서는 농업활동이 확대돼야 하고 농업인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공익형 직불 확대를 위해 농정예산의 많은 부분을 직불금 예산으로 증액 편성하고 있다.

공익형 직불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 제고를 위해 공익적 활동을 조건으로 농가에 지급하는 WTO(세계무역기구) 허용보조라는 점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