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추석 전에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영록 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장에서도 청탁금지법 개정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었다. 의원들은 당장 추석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국무회의에서 우선 가액이라도 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업계 역시 추석특수가 농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추석 전에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장관도 이를 받아 지난 4일 취임식에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하거나 가액기준을 상향하는 등 가능한 추석 전에 개선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여러 차례 청탁금지법 폐해를 언급하며 개정을 공언했었다.

지난 3월 한국농축산연합회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당시 문 후보자는 “청탁금지법으로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는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며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신축성 있게 바꿔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맞은 첫 명절이었던 지난 설, 농축수산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많은 우려가 있었고, 예상도 했었지만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농촌 경제 타격은 심각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농협유통 등을 대상으로 설 명절 전 4주간 선물세트 판매실적을 조사한 결과 설 식품(농축수산식품)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 설 대비 14.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 설 대비 25.8%감소했으며 국내산 쇠고기와 과일 판매액은 전년보다 각각 24.4%, 31.0%나 줄어들었다. 이같은 설 선물세트 판매 감소율을 적용해 품목별 연간 생산액 감소분을 추정한 결과 한우는 무려 2286억원, 과일 1074억원, 화훼 390~438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매출 감소세는 고스란히 농가경제 악화로 이어지고 돌아오는 추석시즌에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악순환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당초 취지와 달리 청탁금지법 폐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해 왔다. 명절에 우리 땅에서 잘 키운 농축수산물을 선물하는 것은 뇌물이 아니다. 서로의 ‘정’을 나누는 우리의 오래된 관습이다. 고가의 선물세트를 말하는 게 아니다. 

스승의 날 학생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은 ‘꽃 한송이’를 선물하던 것도 ‘청탁’에 해당된다며 금지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농축수산업계는 새 정부가 약속한대로 청탁금지법을 개정할 거란 기대를 걸고 있다. 법에 반드시 농축수산물을 제외시켜야 한다. 그러나 개정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 가액조정이라도 서둘러 추석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위축된 경기 탓에 어려워진 농촌경제가 더 어려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가 농업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첫 사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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