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시작되면 농업부분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해 기준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71억8200만달러인데 반해 한국산 수출액은 7억1800만달러로 대미 농업무역수지적자가 심각하다.

단순 수치로만 놓고 볼 때 우리나라가 팔아주는 금액이 미국에 비해 10배나 많고, 한미FTA 재협상의 단초가 된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액 176억달러의 36%에 달하는 수치이다. 농업의 희생을 담보로 한미 FTA가 체결됐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같은 우려는 한미 FTA 협상 때부터 이미 농업계 안팎에 파다했다. 한미 FTA 발효로 오렌지주스 등 578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됐거나 연차적으로 줄여나가야 하는 만큼 농업의 피해는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관세없이 미국산 농축산물이 수입될 경우 국내 농업부문 생산액 감소는 연평균 8193억원, 15년간 총 12조2252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농업계의 우려와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농축산물 무역적자 수치로 현실화된 것이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발효 전 62억9500만달러에서 2016년 71억8200만달러로 증가했고, 대미 수출액은 3억9900만달러에서 7억1800만달러로 늘었다. 특히 축산물 수입액이 11억 5300만달러에서 21억800만달러로 큰 폭으로 늘었다.

국내산 과일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미국산 과일 가운데 오렌지 수입시기는 국내산 한라봉, 천혜향 등 만감류와 하우스감귤이 출하되는 시기와 겹치고, 5~8월 사이 수입되는 미국산 체리는 국내산 체리는 물론 자두, 복숭아, 참외 등 여름철 과일의 소비를 대체하고 있다.

한미 FTA협상서 빗겨간 쌀시장을 건드릴 가능성도 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미국의 쌀 관련 단체들은 한국과의 협상에서 쌀 시장 개방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미국측의 협상카드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쌀 산업은 농가소득부분에서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쌀 시장이 더 열릴 경우 농업기반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미 FTA 재협상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철저한 논리를 개발해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하고, 이미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세적인 자세를 취해 무역적자폭을 줄여야 한다.

더 이상 타산업의 희생물로서의 농업이 아닌 기간산업으로서 당당하게 협상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