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안양대 국제통상유통학과 교수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문재인 정부는 푸드플랜 수립, 품목조직 활성화 등을 중심으로 농산물 유통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들이 직거래 확대 등 농산물유통개혁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은 것에 비하면 유통정책의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쌀 과잉 문제 해결, 직불제 개편, 농가 경영안전망 구축 등 산적한 농정 이슈들이 많아 유통문제의 우선순위가 낮아졌다고 할 수 있으나 농식품 유통문제가 대부분 해결됐기 때문에 정책 우선순위가 낮아졌다고 할 수 없다. 과거 수 십 년 동안 농식품 유통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아직 가격불안정, 유통구조의 비효율성 등의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농식품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과제는 신정부에서도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하며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산지농협의 유통사업 개혁 및 품목조직 육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농수산물 유통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생산자가 영세하고 분산돼 효율적인 유통체계 도입이 곤란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농협 등을 중심으로 공동출하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는 물론 생산자의 교섭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농협을 중심으로 한 공동판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지역농협 체제를 유지하되 시장 환경의 변화 등에 대응, 새로운 유형의 품목농협이 출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진입 장벽 철폐가 필요하다. 품목별로 경제 사업에 전문화된 마케팅농협(marketing cooperatives)이 자유롭게 설립되고 연합회를 결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제한 철폐 및 품목농협에 대한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차제에 기존 과수농협, 축산농협 등 품목농협이 금융사업을 포기하고 경제 사업에 전문화하는 경우 정부가 특단의 지원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품목조직은 농협, 농업법인 가릴 것 없이 효율적인 조직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진입과 퇴출의 자유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하며, 농식품 유통에서 여전히 영향력이 큰 상인들도 영농조합법인 등으로 조직화해 품목조직의 기능을 담당토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민간 자율적 품목 발전 및 수급조절을 도모하기 위해 품목별 전국조직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정부가 품목별 발전대책 및 수급조절을 주도함으로써 생산자의 자율적 발전 및 수급조절을 저해하고 있다. 현재 농협의 품목별 협의회, 각종 협회, 품목연합회, 자조금 추진 위원회 등이 전국조직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으나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이들 간 통합 및 조정 기능이 취약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 유통 전반에서 공정거래 여건을 조성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해 유통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농산물유통에 있어 대형유통업체 및 전자상거래 업체의 영향력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산지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감시, 감독할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현재 대형유통업체 및 전자상거래업체들은 PB상품 확대, 물류비 전가, 잦은 세일, 납품가 인하압력 등으로 산지를 압박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와 산지 간 거래는 물론 상인과 농업인간 거래에 있어서도 공정거래 감시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농식품 유통에 있어 민간의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가로막는 경쟁제한적인 규제를 철폐하고, 유통참여자의 초과이윤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영도매시장 거래제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거래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출하자의 선택권 확대는 물론 유통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농식품 유통개혁 문제는 정권마다 반복해 온 해묵은 과제이지만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적극적이고 꾸준하게 추진해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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