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강우량으로 전국의 논밭이 물에 잠겼다. 논둑이 무너져 벼들이 힘없이 쓰러졌고, 수박, 참외, 호박 등을 심어놓은 시설하우스는 물에 잠겨 1년 농사를 망쳐 버렸다.

물폭탄을 맞은 충북의 피해는 특히 심했다. 시간당 90mm의 비가 내려 22년만으로 강우량으로 기록되고 있다. 청주 302mm, 증평 239mm, 진천 177mm 등의 강우량을 기록한 충북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경북 역시 120~150mm의 비가 쏟아져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던 농민들이 이제는 너무 많이 내린 비로 인해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올 봄 가뭄이 지속되자 때늦은 모내기를 한데이어 밭작물이 타들어가 수확량이 줄어든데다 엎진데 덮친 격으로 병까지 돌아 농민들의 입술까지 바싹 말랐었다.

이 같은 가뭄을 힘겹게 견뎌낸 농민들에게 이번에는 물폭탄이 쏟아진 것이다.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지어주는 것이라지만 동업자의 훼방이 너무 심하다.

무너진 논둑을 세우고, 시설하우스에 들이친 빗물을 빼내는 등 안간힘을 써 보지만 이미 짓무르고, 터지고, 쓸려 내려간 농작물 앞에서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농민들이 이번 비 피해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시설물의 복구작업을 비롯해 쓰러진 벼 세우기, 상품성 있는 과채류 선별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재해에 대한 정부대책도 서둘러 시행돼야 한다. 형식적이고, 대파대 정도를 보상하는 식의 지원으로는 허탈감에 빠진 농민들을 일으켜 세울 수 없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통해 농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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