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권 밖에서 불합리한 거래 유도행위 ‘뿌리뽑아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취임사를 통해 축산계열업체의 불공정 행위의 근절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표명함에 따라 농가에서도 이에 발 맞추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육계협회 내 전국육계사육농가협의회(이하 농가협의회)는 육계계열업체를 만나 직접 협상에 나섰으며, 대한양계협회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자료를 취합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계열업체와 직접 합의에 나선 농가
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이사회를 열고, 계열업체에 대해 육계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을 촉구하면서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한 협의에 나섰다.

농가협의회에서 요구하는 주요 사항으로는 △육계 계열화사업자 불공정행위 신고센터 설치 △2015년 책정한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농가지원액 현실화 △종계의 강제환우 금지와 합리적 경제주령 설정 △육계 상차반 식사대를 농가가 부담하는 관행 개선 △농가 사육경비 지급기한 단축 등이다.

이와 관련 육계계열업체에선 농가협의회가 내건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부담을 느낀 계열업체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농가에서 수없이 제기했던 산업자원통상부의 도축장 전기요금 한시적 인하에 따른 농가지원 비율을 20%에서 50%로 대폭 상향 조정키로 했다. 또한 종계 경제주령에 있어서도 경제주령을 64주로 설정하되 자연재해나 AI(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인해 새끼가축의 시장 공급이 원활치 않은 경우에만 환우 등 생산연장을 허용키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육계 상차반 식사대의 농가부담 관행 개선은 계열업체별로 육계 상자 용역계약업체와 협의를 통해 식사비 부담 주체 및 추가지원 여부를 결정해 농가가 식사비를 부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신규 계열농가에 대한 재정보증 문제는 계열업체와 사육농가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폐지키로 했으며, 농가 사육경비도 기존 25일에서 20일로 단축하는 데 합의했다.

이밖에도 농가협의회는 육계협회 내에 ‘불공정 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농가와 계열업체간 잔존하고 있는 부당사례를 지속적으로 신고받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정병학 육계협회장은 “사육농가와 계열업체가 양보와 절충의 미덕을 발휘해 힘을 합쳐 나간다면 지금의 위기는 기회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농가와 업체 등 각 계열주체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최대공약수를 찾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보다 더 강력한 조치 필요…공정위에 제소 검토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표면적인 합의에 그치지 않고 더욱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정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육계업체들이 일단 농가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실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에 양계협회는 현재 농가의 불공정 사례가 담긴 자료를 취합해 공정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양계협회에 따르면 제소의 주요 골자는 ‘상대평가방식’의 개선이다.

대부분의 계열업체에서는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육계 생산성을 기준해 성적이 좋은 농가순으로 서열을 매기고, 그 집단의 평균 생산성을 초과한 농가에게는 보너스를, 미달하는 농가는 패널티를 물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농가가 수익성 향상에 노력을 하더라도 타인의 성적에 의해 본인의 수익이 결정돼 농가간 과열경쟁이 발생, 추가적인 약품비·첨가제 등을 사용해 농가들의 수익성은 더욱 떨어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닭고기자조금 사업으로 김정주 건국대 명예교수가 진행한 ‘표준평가방법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할 경우 상·하위의 일정비율(10%)을 제거한 뒤 평균 값을 계산하고 이 기준에 따라 농가를 평가하게 된다.

이 경우 통상 상위에 다수의 농가들이 몰려있기 때문에 평가의 지표가 되는 사료요구율 평균 값이 하락, 일정비율을 제거하기 이전보다 경쟁이 치열해져 계열농가는 인센티브를 받기가 어려워지고 페널티를 내야 할 가능성이 커져 계열농가로서는 불리한 입장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계열업체에서는 농가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절대평가방식에서 상대평가방식으로 변경, 업계의 빈축을 산 경우도 있다.

김재홍 양계협회 국장은 “이밖에도 계열업체들이 농가간 불공정 거래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농가에게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대행’을 세우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법과 제도권 밖에서 농가들과 불합리한 거래를 유도하는 계열업체들로 인해 제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국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계열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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