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한·미 FTA 이행은 2012년 3월부터 시작됐으나 국내 농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한·미 FTA 보완대책은 2008년부터 추진돼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 농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한·미 FTA를 비롯해 한·EU FTA, 한·영연방 FTA, 한·중국 FTA 등 다양한 국가와 FTA가 체결됐으며 국내 농산물의 시장개방은 더욱 확대됐다. 현재 57개국과 16건의 FTA가 체결된 상태이며 이중 15건이 발효됐다. 국내농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FTA 국내보완대책도 강화돼 추진되고 있다.

한·미 FTA대책으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농업부문에 23조1000억 원의 투융자 계획이 수립됐으며 피해가 가장 크게 예상됐던 축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이러한 투융자 정책과 농업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축산물의 품질은 향상되고 생산성은 높아졌다. 한우 1등급 출현율은 2008년 54%에서 2016년 69%로 향상됐으며 돼지 모돈 마리당 연간 출하마릿수(MSY)는 13.8마리에서 17.8마리로 증가했다. 2008년에 가격 폭등을 경험했던 사료가격도 최근 들어 연간 5%이내에서 변동률이 유지되고 있다. 축산업생산액 증가와 함께 축산농가 소득도 4640만 원에서 7743만 원으로 증가했다. 

한·미간 농축산물 교역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발효 전(2007~2011, 올림픽 평균) 62억9500만 달러에서 이행 5년차인 2016년 71억8200만 달러로 증가했으며 이중 축산물 수입액이 11억5300만 달러에서 21억800만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대미 수출액은 3억9900만 달러에서 7억1800만 달러로 증가했으며 가공식품수출이 2억9400만 달러에서 5억4300만 달러로 크게 증가해 농축산물 수출을 견인했다. 그러나 낮은 수출 특혜관세 활용률(48.7%)과 가공식품 위주의 수출로 인한 국내 농축산물과의 연계성 부족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이다.     

미국의 광우병 발생(2003년 12월)으로 크게 위축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한·미 FTA를 계기로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와 국내 공급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2013년 축산부문에서 처음으로 FTA 피해보전 직불제가 발동했으며 한우부문의 피해보전은 다음 해까지 이어졌다. 2년 동안 한우농가 약 2만 호가 폐업을 신청함에 따라 폐업보상도 함께 이뤄졌다. 지금까지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영향으로 한우를 비롯해 닭고기, 수수, 감자, 고구마, 대두, 체리, 멜론, 포도, 블루베리 등 다양한 품목에서 FTA피해보전직불제가 발동됐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한·미 FTA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는 한·미 FTA 국내보완 대책이 시행된 지 10년째이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 동안 추진된 투융자 정책의 성과가 작지 않지만 미국산 농축산물의 관세감축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 하에서 투융자 계획의 종료로 인한 염려도 작지 않다.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에 따른 국내 농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동안 성과가 높았던 정책을 중심으로 사후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FTA 국내보완대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한·미 FTA 보완대책이 종료되는 것을 고려해 농림 투융자 계획을 리모델링할 필요가 없는 지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FTA 국내보완대책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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