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양식수협, "업종별 수협이 독점취급하는게 법 취지"
지구별수협·도매법인, 독점시장 부여 안돼
영세어업인, "예외규정 마련해야"
해수부, 문제해소전 시행 어려워

 

뱀장어 위판의무화를 놓고 생산자와 수협, 유통인, 정부의 의견이 모두 엇갈린 가운데 논란만 가열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위판의무화에 따르는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시행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민물장어양식수협과 영광수협 등에서는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시행을 두고서도 입장이 갈린다.

민물장어양식수협은 뱀장어 위판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달라는 입장인 반면 영광수협과 강동수산을 비롯한 도매시장법인들은 다양한 판로가 보장돼야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민물장어양식수협, “업종별 수협이 취급하는 게 타당”

민물장어양식수협은 뱀장어 위판의 조속한 시행과 함께,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수산물 유통법 개정안의 취지를 살려 업종별 수협인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만 취급토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민물장어양식수협 측은 법률적 근거를 확보키 위해 위판의무화 조항을 담은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13조의 2에 대한 법리해석을 법무법인 태평양 측에 의뢰한 바 있다.

법리해석에서 태평양 측은 수산물 유통법이 위판장 이외의 장소에서 거래를 금지한 자체가 이미 독과점적인 거래구조를 통해 가격교란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모든 수협에 뱀장어의 위판을 허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민물장어양식수협은 이같은 법리해석을 바탕으로 뱀장어를 조속히 위판의무화 품목으로 지정할 것과 조합에서만 뱀장어를 위판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지구별수협·도매법인, “독점 시장 말도 안돼”

지구별수협과 강동수산을 비롯한 도매시장법인은 뱀장어 위판의무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했지만, 민물장어양식수협에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 수산물 유통법에서는 위판장 이외의 장소에서 거래가 의무화되는 것일 뿐 위판장을 업종별 수협으로 특정할 수 있는 법률적인 근거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강동수산은 수산물 유통법의 취지는 투명한 유통구조를 형성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가장 투명한 유통구조를 가진 도매시장 법인이 뱀장어를 취급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복 영광군수협 조합장은 “뱀장어의 위판이 의무화될 경우 투명한 유통구조 확립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만큼 위판의무화의 조속한 시행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법률 어디에도 민물장어양식수협만 뱀장어를 위판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으며, 위판장간의 선의의 경쟁이 이뤄진다면 생산자들은 판로가 넓어지고, 더 나은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수산 관계자도 “정부가 가장 투명한 유통구조를 갖춘 도매시장에서도 뱀장어를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같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위헌법률심판, 법령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동시에 해수부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영세어업인, “품질 아닌 물량경쟁만 부추겨”

영세어업인들은 위판의무화가 품질경쟁이 아니라 물량경쟁만 부추기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소규모 경영체의 경우, 자영식당 운영, 브랜드화, 정부인증 획득 등으로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뱀장어의 판로를 확대하고 있는데, 위판이 의무화될 경우 품질 좋은 뱀장어를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위판의무화로 양식장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처럼 품질이나 위생·안전성 관리, 마케팅 강화 등에 관심을 갖는 대신 보다 많은 물량을 생산키 위해 과도하게 입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뱀장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전남 무안군의 한 어업인은 “뱀장어 양식어가중 제대로 키워 제 값 받고 파는 어업인들이 많은데, 예외조항도 없이 위판이 의무화될 경우 어업인들이 너도 나도 입식량을 늘려 소득을 보전하려 들 공산이 크다”며 “가뜩이나 올해 입식량이 많은 상황에서 경쟁적으로 입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뱀장어 가격 급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해수부, “문제 해소전 시행 못해”

해수부는 뱀장어 위판의무화로 우려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전에는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위판 의무화시 온라인 등을 통해 직거래를 하는 브랜드 경영체나 자영식당을 운영하는 어업인 등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예외규정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민물장어양식수협만 뱀장어를 취급토록 하는 것은 수산물 유통법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으며, 독점시장을 조성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질서에도 위배되는 만큼 전국의 모든 위판장 뿐만 아니라, 수산물도매시장법인, 공판장 등에서도 뱀장어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해 경쟁을 통한 유통구조 투명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시행규칙에서 위판장과 수산물 도매시장 등 다양한 판로에서 뱀장어를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직거래 등에 대해 예외조항을 둘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시행규칙이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이같은 규정을 마련할 수 없을 경우 수산물 유통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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