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농장 지속가능성 ‘보장’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는 농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정부에서 설정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동물복지’ 확대 계획이 포함됨에 따라 축산업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동물복지 인증을 받고 첫 출하를 앞두고 있는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하림 소속 농가인 권혁길 농장을 찾아가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하게 된 배경을 들어봤다.

▲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권혁길농장의 권혁길 대표(사진 왼쪽)와 아들 권성은(오른쪽) 군이 함께 계사를 둘러보는 모습.

#소비자·2세 염두에 시작
15만마리의 육계를 키우고 있는 권혁길 대표는 빽빽하게 들어선 계사를 보면 늘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권 대표는 하림에서 동물복지 농장 사업에 대한 계획을 접하게 됐고, 주저없이 동물복지 인증을 위한 준비단계에 돌입했다.

권 대표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서 닭이 편히 쉴 수 있는 횃대를 설치하고, 급수 라인도 추가로 설치했다. 또한 동물복지 기준에 맞는 조도를 맞추기 위해 LED조명으로 전구를 교체하고, 동물성 사료 대신 식물성 사료로 바꿨다.

특히 제곱미터당 68마리에 육박하던 사육마릿수가 58마리로 현저히 줄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닭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하며 권 대표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에 따라 권 대표 농장의 닭은 동물의 5대 자유인 △갈증·배고픔·영양부족으로부터의 자유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통증·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불안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등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권 대표는 “아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육계농장을 운영키 위해 선택했다”며 “쾌적한 환경에서 사육된 건강한 닭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장의 수익성도 ‘보장’
많은 농가들이 동물복지를 도입하게 되면 마리당 사육면적이 늘어남에 따라 사육마릿수가 감소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로 동물복지를 선뜻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오히려 농가의 수익이 향상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실질적으로 농장의 사육마릿수는 줄어들지만 하림에서는 동물복지 인증농장에 추가 인센티브를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리당 사육면적 확대로 쾌적한 환경이 조성돼 닭의 폐사율도 현저히 감소하고, 육성률도 월등히 증가했다.

권 대표는 “동물복지 도입 이후 표준성적보다 2일이나 빠르게 크고 있다”면서 “사육마릿수가 감소해 사육비는 줄어들 수 있지만 열심히 운영한다면 사육인센티브와 폐사율 감소 등으로 수익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물복지를 고민하고 있는 농장들에게 권 대표는 “물론 동물복지에 맞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선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긴 하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기 보다는 가축도 하나의 생명으로 인식해 동물복지를 도입하는 농장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미니 인터뷰] 이문용 ㈜하림 대표이사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동물복지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구매 의향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림은 계속해서 동물복지를 도입한 품질 높은 닭고기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입니다.”  

이문용 하림 대표이사는 미래 닭고기 산업의 핵심과제로 동물복지 사업을 꼽으며 닭고기 선도 기업으로서 동물복지 인증사업 확대를 견인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닭고기 산업을 이끌고 있는 하림이 동물복지 제품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다른 기업들도 동물복지 제품에 대한 도전을 주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하림은 동물복지로 전환을 희망하는 농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택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가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며 동물복지 농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

현재까지 하림 소속농가 가운데 6개 농장이 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했으며, 단계적으로 동물복지 인증 농가를 늘려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동물복지는 인간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되 동물의 고유한 습성을 최대한 유지해 주며 건강하고 행복한 닭을 생산하는 사업입니다. 올해 말까지 20개 농장, 2018년까지 70개 농장이 동물복지 인증을 완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