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체리 소비 증가…복숭아·자두시장 '위협'
한우, 자급률 30%대 급락…농가 우려 현실화
낙농, 유제품 수입량 62% 증가…자급률 '뚝'

[글 싣는 순서]
<上> 한·미 FTA 5년차 국내 농축산물 ‘잠식’
<中> 한·미 FTA 정부 대책 이행 및 향후 쟁점은
<下> 전문가에게 듣는 향후 전망 및 대책


2012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이행 5년차인 지난해 한·미 간 농축산물 교역규모는 크게 확대돼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발효전(2007~2011년 평균) 62억9500만달러에서 71억82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대미 수출액은 3억900만달러에에서 7억1800만달러로 증가했으나 아직까지 대미 농축산물 무역역조는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농축산물 수출액 중 가공식품 수출은 2억9400만달러에서 5억4300만달러로 크게 증가하면서 농축산물 수출을 견인했지만 이러한 가공식품 위주의 수출은 국내산 농축산물과의 연계성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한·미 FTA 이후를 분석한 결과, 주요 수입 과일 가운데 미국산이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입 축산물 중 절반 가까이가 미국산으로 집계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실증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한·미 FTA 재협상에서 농축산물에 대한 교역여건을 재점검, 국내 농축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갖춰야 한다는 중론이 농업계를 중심으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 과일, 과채 미국산이 90%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미국산 주 신선과일 수입가격에 대해 FTA가 발효되기 전과 비교했을 때 오렌지는 26.7%, 체리 19.4%, 포도 31%, 석류 15.5%, 레몬 23.1%, 자몽은 23.1%의 수입가격 하락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형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렌지, 체리, 레몬 등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수입과일은 미국산이 90%를 넘어선다. 오렌지는 한·미 FTA 발효에 따라 관세가 30%로 낮아졌으며 내년에는 관세가 없어진다. 오렌지 수입량은 FTA 이행 3년차에 캘리포니아지역 냉해와 병충해로 인한 작황부진, 이행 4년 차에 서부지역 항만노조 파업에 따른 선적 지연 등으로 감소했으나 이행 5년차에 FTA TRQ(저율관세할당) 증량 및 작황 호조로 수입이 증가해 14만6000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제주감귤 재배농가의 고심이 큰 상황이다. 미국의 작황이 저조하길 바랄 뿐 수입량이 늘어나면 감귤 소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농경연 농업관측본부는 오렌지 공급량이 1% 증가하면 한라봉과 월동온주 감귤 가격은 0.9%, 0.03% 하락한다고 밝혔다. 체리는 2012년 한·미 FTA체결과 동시에 관세(24%)가 철폐되며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4년 1만톤을 넘어섰다. 체리는 2015년까지 대형유통업체의 수입과일 매출액 1위를 달리다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내린 폭우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품위가 하락하면서 바나나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줬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매출액 2위를 달리며 바나나의 매출액을 위협하고 있다. 체리 수입량이 꾸준히 늘면서 소비자 가격이 낮게 형성되자 수박, 참외를 찾는 소비자들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수박, 참외는 언제나 먹을 수 있고 가격만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구매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복숭아, 자두 등의 여름 과일의 수확시기가 당겨지면서 체리가 복숭아, 자두 소비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도를 재배하던 농업인의 대부분이 복숭아와 자두로 작목을 전환했지만 올해 가뭄이후 내린 폭우로 맛이 좋지 않아 미국산 체리, 포도 등에 주 소비를 뺏긴 상황이다.

체리가 폐경기 여성의 몸에 좋은 효과를 준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체리 소비는 매년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에서도 수입과일 반입량이 증가하면서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의 경우 매출 상위 시장도매인은 수입과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에 쉽게 섭취할 수 없었던 수입과일이 물밀 듯이 반입되자 국내산 과일보다는 수입과일 구매를 선호하고 있다.

 

# 한우, 미국산 쇠고기 잠식 우려

한우는 단연 한·미 FTA 최대 피해 품목으로 꼽힌다. 한·미 FTA가 체결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량은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한우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하락, 자급률이 30%대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한우농가들은 FTA 재협상 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우농가들의 피해를 최대로 줄일 수 있는 협상력을 발휘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FTA 협상 당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력이 있는 만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거셌다. 또한 수입육의 시장 잠식을 우려한 농가들이 거리에 나서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결국 ‘30개월 미만’에 대한 쇠고기 수입이 결정됐고, 이 과정에서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우농가들의 걱정은 이미 현실화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5만3194톤으로 예년에 비해 36%나 증가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 수입량은 7만8486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 증가해 국내 쇠고기 시장잠식이 속도를 내면서 미국산은 호주를 제치고 수입량 1위를 차지했다.

이에 국내 한우농가 수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값싼 수입육의 물량공세에 한우농가들이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우 사육호수는 한·미 FTA가 체결된 2012년 15만4000호에서 지난해 8만8000호로 42%가 급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관세율이 0%가 되는 2026년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잠식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우 농경연 축산팀장은 “향후 미국 내 소 사육마릿수 증가에 따라 미국 쇠고기 수입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와 함께 2026년 관세율 0%가 되면 한·미 FTA 이행에 따른 시장개방 가속화와 경기 회복에 따라 FTA 피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낙농, 원유자급률 5년만에 13%↓

낙농업계는 한·미 FTA 낙농품 협상에서 유례없는 불리한 협상결과에 따라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한·미 FTA 재협상 시 우리 정부가 낙농품에 대한 재협상을 미국측에 강력히 제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FTA 협상결과와 관련해 협상타결 당시 우리정부는 우유수급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유에 대해 고율관세(176%)를 유지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상은 탈지, 전지, 연유에 대해 TRQ 5000톤을 배정하면서 연한 설정 없이 매년 복리 3%로 증량한다는 전례 없는 협상결과를 내놓았다는 게 낙농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치즈 역시 15년 관세철폐와 TRQ 7000톤(매년 복리 3% 증량)을 미국측에 양보했다는 것이다. 낙농업계는 특히 미국 요구에 따라 TRQ 합의물량에 대한 국내 자율적인 관리방식마저 포기하면서 ‘생산자단체에게 배분하거나 쿼터배분의 접근에 대해 국산품 구매를 조건으로 하거나 쿼터 배분에 대한 접근을 가공업자에 한정하지 아니한다’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TRQ 설정으로 국내 낙농산업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면서 농산물세이프가드(ASG) 적용대상에서 낙농품을 제외, 국내 낙농산업은 그야말로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한 농경연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전 5년간(2007∼2011)의 평균 수입량과 2015년 수입량을 비교한 결과 분유는 1874%, 치즈는 324%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와의 FTA 체결·발효에 따라 지난해 원유로 환산한 유제품 수입량은 183만톤으로 FTA 발효 전인 2010년 113만톤보다 62%가 증가했다. 특히 국산 원유자급률은 2010년 65.4%에서 지난해 52.9%로 13%p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 양돈, 美 돼지고기 수입량 증가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전체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점유비율이 최소 33.3%에서 최대 40.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특히 올 들어 지난 상반기까지 37.9%를 나타내 올 연말 점유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검역기준으로 수입돼지고기는 2012년 27만6155톤이 들어왔고 이 가운데 미국산은 11만1107톤에 달해 40.2%의 점유율을 보였으며 2013년에는 18만4961톤이 들어온 가운데 미국산이 7만5718톤으로 40.9%까지 점유율이 높아졌다.

이후 꾸준한 물량 증가세를 보이며 미국산은 2014년 9만3911톤, 2015년 12만9364톤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10만톤을 넘어 10만6085톤이 수입됐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8만885톤이 수입돼 수입물량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수입부문에서 미국산 돼지고기가 특히 더 신경쓰인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미국산 수입이 증가하면서 우리돼지 ‘한돈’의 점유율 하락이 우려돼 자급률 유지내지는 상향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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