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분야 추가희생 '안돼'
수출증대 효과는 미미·피해는 속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요청,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미국 측이 한·미 FTA에 대해 금속·철강·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재협상이 진행될 경우 한국 정부에서 여타 산업보호를 위해 농축산분야를 추가로 희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농업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미 FTA로 인해 금속이나 철강, 자동차 산업은 큰 수혜를 입었지만 반대급부로 농축산분야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절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한·미 FTA 5년차(2016년) 대미 무역수지는 전체적으로는 23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농축산분야의 경우 큰 폭의 적자를 명치 못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의 FTA를 체결했다는 것을 여실 없이 보여주고 있다.

실제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발효 전 62억9500만달러에서 이행 5년차인 2016년도 71억82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이중 축산물 수입액이 11억5300만달러에서 21억800만달러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대미 농축산물 수출액은 3억9900만달러에서 7억1800만달러로 증가했지만 무역수지는 67억8300만달러 적자로 그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한 통상문제에 있어 금속, 철강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지만 농축산분야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칩 카운셀 미국곡물협회장은 미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미국 농업의 큰 고객이자 충실한 파트너이며 미국 농가와 농업 관련 기업은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우호적으로 보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농업계는 더 이상 한·미 FTA로 인한 농축산분야 추가 희생이 발생돼서는 안 된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한·미 FTA로 인해 농업계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를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상황에 재협상 논의마저 끌려 다니는 것은 안된다며 재협상 논의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종혁 전농 부장은 “한·미 FTA가 농업에 피해를 얼마나 주고 있느냐를 떠나서 미국과의 종속관계를 끝내야 한다”며 “정부가 설명했던 수출증대 등 기대효과는 커녕 피해만 나타나고 있는 FTA를 미국의 요구대로 재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도 “한·미 FTA는 그동안 축산, 과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불평등 조약인 한·미 FTA가 재협상을 통해 우리 농업계의 손해를 만회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재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측의 공식적인 한·미 FTA 재협상 요구에 대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공동위원회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의 효과에 대해 양측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연구, 평가를 선행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한·미 FTA 재협상 논란 관련, 농축산업계 피해현황과 향후 쟁점을 살펴보고 전문가를 통한 향후 전망 및 대책에 대해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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