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가격하락에도 뒷짐만…어업인들 '한숨'

갈치 생산량 급증에 따른 가격 급락에도 어업인단체인 수협중앙회가 갈치 소비확대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6월 후기 제주지역의 갈치 생산량은 2000톤으로 평년 국내 전체 생산량 755톤에 비해 3배 가량 많았으며, 7월 전기 제주지역 갈치 생산량도 1600톤으로 평년 국내 전체 생산량에 비해 200톤 이상 많았다.

생산량이 늘면서 산지가격은 급락했다.

10kg당 33미 기준 kg당 갈치 평균가격은 9806원으로 평년 1만8650원에 비해 47.4%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갈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지난 24일 현재 해양수산부에서는 지난 27일 서울역에서 갈치 소비촉진을 위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고,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와 산지수협에서도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다.

해수부와 산지수협이 갈치 소비확대에 나서고 있는 반면 판매인프라를 갖춘 수협중앙회에서는 수협마트를 활용한 특판행사 이외에 별도의 소비촉진행사가 없는 실정이다.

수협중앙회가 수산물 가격하락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부터는 전복입식량 증가에 따른 가격급락으로 산지의 어가들이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수협중앙회 차원의 별도의 소비촉진행사는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업인들은 수협중앙회를 마케팅보드로 인식하는 대신, 공공기관 내지 금융기관으로 보는 시각이 강한 실정이다.

실제로 전남 완도군 신지면에서 전복을 양식하는 한 어업인은 “수협은 보험 팔고, 정책자금 대출해주는 곳이지 수산물을 팔아주는 곳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수협중앙회 같은 큰 조직에서 전복 판매에 나서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주요 농축산물 가격 급락시 농협중앙회와 계통조직들이 소비촉진과 판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말부터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국내산 닭고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계통조직에서는 ‘수요일은 닭고기먹는 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적극적인 소비촉진에 나섰고,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화훼소비류가 감소하자 범 농협 꽃 생활화 캠페인인 ‘1Table 1Flower’를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수협중앙회가 수산물 소비촉진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수산물 소비 촉진 등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없고, 경제사업 관련 부서에서도 수산물 소비촉진사업을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수협중앙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수협중앙회의 업무분장상 수산물 소비촉진과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식품안전팀이다. 하지만 정작 식품안전팀 관계자는 지난 27일 열린 갈치 소비촉진행사만 담당하고 있다며 소비촉진과 관련한 것은 판매사업부에 문의하도록 안내했다.

반면 판매사업부에서는 8월 중으로 예정된 갈치 홈쇼핑판매만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경제기획부에 재차 문의토록 하는 등 수산물 가격급락에 별도의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수협중앙회의 자회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협 노량진수산(주)이 운영하는 소비지 최대의 수산물 도매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에서도 갈치 소비촉진을 위한 별도의 판촉행사가 전무한 실정이고, 또 다른 자회사인 수협유통에서도 바다마트에서의 갈치 특판행사 이외에 별도의 소비촉진행사는 없는 실정이다.

현행 수협법 6조에는 수협중앙회와 중앙회가 출자한 법인(수협은행 제외)은 수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수급조절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수협중앙회와 자회사들은 갈치 등 주요 수산물의 가격 급락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김수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팀장은 “7월 갈치 금어기가 끝나면서 유자망, 안강망, 대형선망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갈치조업에 나서게 될 경우 갈치의 가격하락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수매로는 효과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갈치 소비를 늘려 가격을 지지하는 방안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풍년이 들었는데 가격하락으로 오히려 생산자의 수익이 감소하는 것이 풍년기근현상”이라며 “한달전부터 갈치 가격 급락에 따른 풍년기근현상의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수협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산물의 가격안정과 소비촉진 등은 수협중앙회의 고유목적 사업으로 이런 일을 하라고 수협과 수협중앙회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수협중앙회와 계통조직 등을 활용한 소비촉진행사와 함께 영양사협회 등에 협조를 구해 최대한 많은 갈치가 소비될 수 있도록 중앙회가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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