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현실 외면
높은 자기부담율·상품부족·보험금 연말지급 등

<글 싣는 순서>
-(상) 농가 현실 몰라도 너무 몰라
-(중) 높은 자기부담비율과 낮은 혜택?
-(하) 수입보장 확대 방안 마련돼야

연이은 가뭄과 폭염. 올해는 여기에 집중호우까지 더해져 하늘을 원망하는 농업인이 늘고 있다. 농업재해보험(이하 재해보험)은 이 같은 이상기후,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농작물과 가축의 피해로부터 농업인의 손해를 경감시켜 소득과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취지와 운영에도 불구하고 재해보험에 대한 농업인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재해보험이 있지만 실제로 혜택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있으나마나 한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농업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재해보험의 불편함을 짚어보고,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발전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낮은 가입률…현장 의견 수렴 못한 방증 

재해보험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저조한 가입률이다. 농업인들은 낮은 가입률이 농업 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못한 방증이라고 주장하며 농업인에게 실제적으로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을 해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처음 사과, 배에 보험상품이 도입된 이후 재해보험 가입률은 소폭 증가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기준 27.5% 수준으로 여전히 낮은 상태다. 배, 사과 등 일부 과실수를 제외하면 보험가입률은 더욱 낮은 수치를 보인다.

최근 전국농민회총연맹 주관으로 열린 국회농민대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재해보험의 문제가 지적됐다. 김대호 전농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은 재해보험의 문제점으로 보험가입이 저조한 가운데 보험상품은 품목과 지역이 일부로 한정되는 등 상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보험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 농업인의 실익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 홍보 부족·높은 자기부담율·까다로운 손해평가 원인 

이처럼 재해보험 가입률이 낮은 원인은 무엇일까. 농업인들은 보험상품이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설혹 특약 등을 통해 그러한 보장이 가능하더라도 고액의 보험료로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어떠한 상품이 있으며 어떻게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는 농업인은 거의 없다고 토로한다.

또한 자기부담비율이 높아 피해규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 않는 이상 실제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미미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강풍 등으로 과수의 23%가 낙과하는 피해를 입은 경우 자기부담비율이 20%라면 겨우 3%에 해당하는 보상만을 받는 게 고작이라는 것이다.

이마저도 까다로운 손해사정으로 충분한 보상이 어려우며 지급 역시 연말에 이뤄져 농업인이 체감하는 혜택은 낮다는 불만이다.

게다가 지역적으로 재해 발생 빈도 등의 차이가 심한 만큼 재해보험을 가입했다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서는 수년 동안 재해가 발생하지 않아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의 한 농업인은 “20년 동안 과수 농사를 지으며 매년 재해보험에 가입했지만 단 한 차례 만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재배면적이 커질수록 보험이 더 필요한데 현재의 자기부담비율이나 손해평가 방식으로는 소면적보다 보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고 말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관계자는 “재해보험에 대한 홍보를 지속하고, 무재해에 대한 할인율 적용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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