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이후 부정적 영향 최소화 위한 효과적 대응체계 구축
SPS문제, 협상보단 장기적·농업분야, 개선 요구 분야 검토를
외부적 요인 문제 논의 전 농업계 피해 보전에 귀기울여 줘야

미국 트럼프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을 제안한 가운데 그동안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농축산업계는 지금까지 수혜를 입어온 타산업 보호를 위한 풍선효과로 또 다른 희생을 강요받지 않을까하는 위협감에 휩싸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 정부가 재협상의 명분을 무역불균형 문제 해결, 공정한 시장접근 보호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큰 무역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농축산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지금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지상좌담을 통해 전문가들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 논란에 대한 향배와 대응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지난달 13일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우리정부에 서한을 보내 8월 중 한·미 FTA 관련 양국간 특별공동위원회를 워싱턴DC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즉 그 동안 논의되던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실질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제기해 온 무역불균형 문제해결, 공정한 시장접근 제공 기회 확보를 통한 자국의 통상이익 확보 주장에 비춰 볼 때, 상품에 대한 시장접근분야뿐만 아니라 무역규범 등 전 분야에 걸쳐 매우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때 가장 우려스런 사안은 그 동안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이 많은 통상이익을 확보해 온 농업분야에까지 더 큰 폭의 시장개방과 규범강화를 요구할 기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미 FTA 5년차(2016년) 대미 무역수지는 전체적으로는 23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농축산분야의 경우 큰 폭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과의 FTA 재협상과정에서 당당하게 나서되, 이번 특별공동위원회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의 효과에 대해 양측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연구, 평가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미국 측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입각한 비객관적이고, 터무니없는 억지주장을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과정에서 미국은 자국의 통상이익 확보차원에서 농업, IT(정보기술)기반 하이테크제조업, 서비스업, 지적재산권 분야 등에서 강한 개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현재 많은 통상이익을 취하고 있는 농업분야에도 공세적인 개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 FTA 과정에서 나타날 농업부문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한국 농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효과적 대응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지금부터 신중하게 미국의 농업통상 압력에 대비한 설득 논리 개발 및 대응책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야 한다. 한·미 FTA 재협상과정에서 농업분야 추가개방 요구 시 미국이 농업부문에서 상당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오히려 이익의 균형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미국을 달래기 위한 양보의 수단으로 농축산물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지 못하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 송주호 GS&J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 협상’이라는 불편한 심경을 보이고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결국 한·미 FTA의 타결내용은 다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미 FTA 재협상(혹은 추가협상)이 이뤄지더라도 농산물에서의 추가 개방을 요구할 명분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농무성(USDA)을 비롯한 미국 USTR의 무역장벽보고서에서는 한·미 FTA는 미국 농산물 수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FTA 체결 이후 농산물 분야에서는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액은 현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도별 무역액을 살펴보면 한국과의 농산물 무역에서 미국은 2013년 48억달러, 2014년 64억달러, 2015년에는 55억달러의 흑자를 보였으며 2016년에는 72억달러를 수출하고 7억달러 정도를 수입해 65억달러의 높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 추가협상이 이뤄지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으므로 농업분야도 종합적으로 대비할 필요는 있다.

현재 미국과 현안으로 걸려있는 문제는 쌀의 관세화 검증과 GM(유전자변형) 표시제, 지역화 등 SPS(동식물위생협정) 관련 사항이다. 쌀 문제는 과거의 TRQ(저율관세할당) 수입실적을 감안해 현재 미국산 쌀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불만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이며, 최근 우리나라의 공급 과잉상황을 잘 알고 있고 쌀 TRQ 국별 배분문제는 어차피 제로섬 게임이므로 미국이 무작정 자국쌀 구매증대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쌀 관세율을 낮춰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TRQ 배분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므로 미국도 득볼 것이 없어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SPS 문제는 한·미 FTA 협상보다는 보다 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이밖에 30개월령 쇠고기 문제도 있지만 현행 조건으로도 미국으로부터의 쇠고기 수입이 급증하고 있고 또 최근 미국의 광우병 발생으로 미국이 추가 압력을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농업분야는 이미 한·미 FTA에서 대폭 양허했으므로 추가적으로 양보할 내용도 많지 않다.

한·미 양국은 FTA를 비준할 때 이미 양국간에 서로 도움이 되며 이익의 균형이 맞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재협상이 이루어진다면 분야별로 균형있게 주고받아야 하며 어느 한 당사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정치적으로 수용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만약에 우리나라가 대미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분야에서 일부 양보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무역적자가 큰 농업부문에서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것이 있는지 살펴볼 기회가 될 수 있다. 2010년의 한·미 FTA 추가협상 시에도 자동차 분야를 일부 양보하는 대신 냉동돼지고기의 관세철폐기간을 연장한 적이 있다.

결국 한·미 FTA 추가협상이 이루어지면 농업분야는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가능성에 대해 나름 대비도 해야겠지만 동시에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분야를 검토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실장

2002년 한·칠레 FTA를 시작점으로 한·미, 한·EU FTA 등 몰아치기식 개방기조로 농업, 농촌은 이미 생존의 임계치에 도달하고 있으나 여전히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농업인의 문제로만 몰아붙이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혹자는 많은 예산을 투여하면서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깨진독에 물붓기’라는 독설을 퍼붓는다.

개방화라는 외부적 요인의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작금의 농업과 농촌은 거듭되는 쌀 가격 하락과 고령화, 농업소득 감소, 소득작목 편중으로 인해 주산단지 개념이 사라지면서 수입산과의 경쟁에 앞서 국내 농업인과 농업인이 경쟁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에 직면에 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적극적인 한·미 FTA 재협상 요구로 인해 다시 농업계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농업 희생을 당연시 하면서 어려움을 감내해줄 것을 요구할 것은 불 보듯 뻔하게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협상 이후를 복기 해보니 수출산업 특히 자동차, 철강 산업 등 일부 정확히 이익이 예측된 산업도 있었고, 우려했던 만큼 큰 피해를 보지 않는 산업도 있었지만 어찌됐건 결국 농업의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고 출하시기에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수입되는 미국산 오렌지, 쇠고기뿐만 아니라 체리 시장 점유율 증가세는 무서울 정도며 그 피해는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앞뒤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국의 이익만을 극대화 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의해 협상은 시작될 것이다. 이번 한·미FTA 재협상 요구 목표는 무역불균형 해소일테니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자동차, 철강 주력 수출산업에 대한 규제를 요구할 것이며 이를 방어하기 위해 우리는 미국의 농축산업의 개방요구를 받아들여 수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다.

지난해 농업인단체에서는 지속적인 FTA로 인한 농업과 농촌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무역공유이득제를 요구한 바 있으며, 국회에서는 상생협력기금 조성을 합의하며 매년 1000억원의 기금조성을 약속했으나 현재 모집된 금액은 수 백만원 밖에 안된다.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 이렇듯 이번 협상의 시작은 또 다시 농업계만의 외로운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떠나 살 곳이 없어 그저 머물며 거주하고 있는 농촌은 가장 심한 양극화와 빈곤의 굴레에 놓여 있다. 조수입(경영비를 포함한) 1000만원 미만 농가가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람 중심의 경제를 내걸고 있는 현 정부가 어떠한 협상카드를 가지고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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