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담율 현실화 해야
재해발생 없을 경우 다음해 보험료 인하·환급 필요

<글 싣는 순서>
-(상) 농가 현실 몰라도 너무 몰라
-(중) 높은 자기부담비율과 낮은 혜택?
-(하) 수입보장 확대 방안 마련돼야

2013년 집중호우로 2099만314원의 피해를 입은 충북 청원군 벼 재배농가 박 모씨는 6111만원까지 보장하는 농업재해보험(이하 재해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총 보험료 207만8570원 가운데 국가 지원, 광역시도 지원, 시·군·구 지원 등을 제외하고 보험료 52만180원을 성실히 냈기에 재해에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자기부담비율이었다. 박 씨가 가입한 재해보험은 자기부담비율이 30%여서 자기부담금이 1833만3000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2000만원이 넘는 순손해가 발생한 박 씨는 6111만원까지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금으로 265만7314원을 받는 게 고작이었다.

이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농업재해보험 홈페이지에 소개된 농작물보험 지급사례를 토대로 재구성한 상황이다.

이상기후, 자연재해 등에 대비해 농가에 실질적 소득안정 역할을 하겠다는 재해보험이지만 농업인이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 자기부담금 빼면 지급 얼마 안돼 

2001년 사과와 배 등 5개 품목에 적용돼 운영되기 시작한 재해보험은 현재 53개의 농작물과 16개 축종을 대상으로 상품이 개발돼 있다. 보험료의 50%는 정부에서, 평균 30%가량은 지자체에서 지원해 농가는 전체 보험료의 20%가량만 부담하면 가입할 수 있다. 자기부담비율은 10~40%까지 설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위의 사례에서 보이듯 자기부담비율이 커질수록 재해발생에 따른 농업인의 보상이 적어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재해에 따른 피해가 자기부담비율 이내일 경우에는 보험금을 한 푼도 지급받지 못한다. 위 사례의 박 씨의 피해가 1800만원 이내였다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농가들은 재해보험으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반파 이상의 피해가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보상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농금원, NH손해보험 등 재해보험 관련 유관기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인지하고 10~15%대의 저자기부담비율 가입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자기부담비율은 재해보험 가입률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조용히 사라진 무재해 환급 

재해보험과 관련해 농업인들은 자동차 보험 등과 비교하며 혜택이 적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높은 자기부담비율은 재해시 농업인이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을 축소시키고 있으며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납입한 보험료는 소멸돼 지역에 따라 수년 간 재해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도 다행히(?) 재해가 없어 매년 보험료만 지급하고 있다는 농업인들도 많다.

이에 따라 재해가 없을 경우에 다음 해에 보험료를 크게 인하하거나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환급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재해보험 관계자는 “보험료를 매년 조금씩 인하하고 있지만 한꺼번에 크게 인하한 게 아니어서 농업인이 피부로 못 느끼고 있다”며 “재해가 없을 경우에 보험료를 크게 인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농업인의 요구가 얼마나 제대로 반영되고, 지속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지난해에는 벼 품목에 대해서 재해가 없을 경우 납입한 보험료의 70%를 돌려주는 상품이 출시돼 농업인의 반응이 좋았고, 재해보험 가입률도 크게 제고됐다. 하지만 올해 이 상품은 조용히 사라졌다. 예산상의 문제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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