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이 학교 등 공공기관의 급식으로 김치를 공급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제한적으로 인정받아 오던 농협의 중소기업지위 기한이 올해 말 종료되는데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상 국가계약법에 명시된 기관, 단체 또는 타 법률에서 수의계약 대상자로 정한 경우만 중소기업으로 간주, 그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또 이 법률에 합당할 경우 중소벤처기업부가 학교 등 공공기관의 급식입찰용 서류인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그러나 2015년 말 국가계약법상 농협 등 특별법인이 수의계약대상에서 제외돼 농협 등 특별법인이 판로지원법상 중소기업 간주 요건에 충족하지 못하게 됐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 범주에서 배제된 것이다.

즉, 김치가공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분류돼 있는 만큼 학교 등 공공기관의 급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지위를 얻어야 하고,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이 증명서는 중소기업자에 한해서 발급하는 서류로 대부분 학교 등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경쟁입찰 기본서류로 활용되고 있다. 이 증명서의 유효기간은 2년으로 한정돼 있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증명서를 재발급 받아야 한다.

그러나 농협의 중소기업 범주에서 배제됨에 따라 직접생산확인증명서 재발급 역시 어려워 학교 등 공공기관의 급식 경쟁입찰 참가에 제한을 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농민이 무·배추를 생산하고, 농민단체인 농협이 무·배추를 이용해 김치를 만드는데 이를 학교 등 공공기관에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농협 김치의 학교 등 공공기관 급식이 중단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간다. 배추, 고춧가루 등 농협 김치가공공장에서 사용하는 김치 원재료는 연간 5만9000톤, 480억원에 달하고, 여기에 참여한 농민은 1800여명이다. 정부에서 규정한 중소기업 기준보다도 열악한 농협을 특별법인이란 이유로 공공기관 급식입찰참여를 배제한다는 것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농협 김치가공공장에서 종사하는 농가 유휴인력의 일자리 800개가 사라지고, 90여개 영업점의 근로자 500여명도 직장을 잃는다. 중소기업으로 간주되던 농협의 지위가 해제됨에 따라 쌀국수 등 면류, 두부, 축산가공품 등 타 품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농촌사회의 총체적 난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산물수입개방과 수급불안정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잣대와 행정편의주의적인 관행을 적용, 더욱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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