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청탁금지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울려 퍼졌다.

최고 기온이 30℃를 웃도는 날씨에도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농민들의 참담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28개 농민단체들이 기자들 앞에 섰다. ‘정부와 국회는 김영란법 추석전 개정하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는 농민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 서려있는 모습이었다.

근심 가득한 농민들 뒤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축산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청탁금지법에서 제외토록 부탁한다”는 김홍길 한우협회장의 간절한 호소에 “예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화답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농민들은 희망을 걸고 청탁금지법의 개정을 기다려 왔지만 추석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감보다 걱정과 우려가 앞서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난 한 한우농가는 “답답한 마음에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어 생업을 제쳐두고 경남에서 올라오게 됐다”며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내산 농축수산물에 대한 예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약속해 개정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명절이 다가오면서 점점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같은 날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추석 전 선물비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 더해 농민들의 주장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그동안 농업계가 주장해 온 시행령상 국내산 농축수산물 제외나 중량으로 금품 기준을 정하자는 요청이 그것이다.

농민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법 개정을 추진하다는 것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농민들을 위한 법 개정이 정작 농민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농민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모두가 원하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완해야 하는 것이 맞다.

부디 이번 가액 상향조정에 대한 움직임이 정부가 농민들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돼 명절을 앞둔 농민들에게도 절망이 아닌 희망의 불씨가 피어나길 바라본다.
이미지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