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진 한국농어촌공사 지하수지질처장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더욱 빈번하고 장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는 저수지를 새로 만들고 기존 저수지의 저수용량을 늘리는 등의 방법만으로도 가뭄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4년간 봄가뭄이 발생하면서 저수지를 활용한 방법만으로 가뭄을 극복하기가 어려워졌다. 댐 개발 역시 2012년 동강댐 개발이 무산된 이후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신규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저수지 준설이나 댐 건설 등 기존 방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수자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지하댐과 지하수 함양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하댐이란 땅 속에 벽(차수벽)을 세워 지하수를 모아 사용하는 땅 속 ‘댐’이다. 지하댐은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는 면적이 없고 증발에 의한 손실이 거의 없어 극심한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오키나와현의 이에지마 섬은 물이 부족해 하천이 흐르지 않았으나 지하댐을 건설한 후 지하에 21만 톤의 물을 확보해 물이 풍족한 지역으로 거듭났다.

국내에서도 1981년 이후 경북 상주 등 전국 5곳에 농업용 지하댐이 설치·운영되고 있으나 지표수 위주의 수자원 정책으로 인해 지하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안정적으로 물을 얻을 수 있는 지하수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하천 옆에 모래와 자갈층이 발달해 있고 지층 내에 30% 이상 빈 공간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이 빈 공간에 지하댐을 만들면 상당한 양의 물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지하수가 고갈되는 것을 막으려면 지하수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수위 유지를 위해 지하수를 채워 넣는 것을 함양이라고 하는데 지하수를 뽑아내기 위해 설치한 관정을 통해 직접 물을 주입하거나 땅이나 수로, 도랑 등을 통해 물이 지하로 침투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지하수 함양은 지하수 사용이 많은 지역에 유용하다. 시설재배단지의 경우 난방비 절감을 위해 비닐하우스 근처에 지하수를 흘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이 때 많은 양의 지하수가 사용된다. 이런 곳에 물을 채워 지하수위를 상승시키면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지하수는 지표수 위주의 가뭄대책을 보완하여 새로운 수자원 확보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하댐과 지하수 인공함양 등 지하수를 적극 활용한다면 기후변화로 일상화된 가뭄에 보다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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