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싹쓸이에도 현장단속 '불가능'
추적망 피해 현급 지급…수법 더 치밀
VMS설치·상시가동…관리감독 강화

 

 

대형트롤어선의 불법공조조업이 적발되면서 불법조업을 억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동해 해양경찰서는 동·서해상에서 불법공조조업을 통해 2100톤의 오징어를 어획한 대형트롤어선 J호 선주와 공조조업에 가담한 채낚기 어선 선장 등 36명을 검거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수산업계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불법공조조업은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로는 이같은 공조조업이 더욱 만연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공조조업의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짚어본다.

# 오징어 싹쓸이에도 현장 단속은 ‘불가능’

불법공조조업은 오징어 자원을 싹쓸이하는 대표적인 남획형 불법어업이지만 공조조업을 현장에서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불법공조조업은 채낚기어선들이 집어등을 켜고 오징어를 모아두면, 채낚기어선이 오징어를 집어해놓은 해역에 대형트롤어선이 그물을 펼쳐 바닥까지 훑어나가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해경이나 어업지도선이 트롤어선이 조업하는 현장으로 접근한다 해도, 통신장비를 이용해 해경이나 어업지도선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한 트롤어선에서 어구를 잘라버릴 경우 단속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불법공조조업은 현장에서 적발하는 것보다 속칭 ‘불배’에 지급되는 돈을 추적해 검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불법공조조업 역시 현장을 적발한 것이 아니라, 금융거래기록을 바탕으로 검거했다.

부산 해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동해의 경우 해역이 넓은 반면 조업하는 어선의 수가 적어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해경이나 어업관리단에서 감시하고 있는 상황을 뻔히 알고도 불법조업을 할 어업인은 없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불법공조조업과 관련한 수사는 주로 금융거래실적 등을 바탕으로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 치밀해지는 공조조업
최근 들어 불법공조조업을 적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계좌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속칭 ‘불값’을 현금으로만 지급하거나 타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는 등 공조조업의 수법이 점차 치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트롤어선의 선주가 가족이나 타인의 명의로 채낚기어선을 구매하는 경우까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개월여간 경북 경주시 감포읍의 김모씨 소유의 근해 채낚기어선은 부산 부산진구에 거주하는 문 모씨에게 매각됐으며, 부산 부산진구 박모씨 소유의 어선은 부산중구의 한 대형트롤어선 선사로 매각됐다.

물론 대형트롤어업을 하는 선사나 선주가 채낚기어선업도 같인 운영한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불법공조조업과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징어 조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트롤어선의 선주가 굳이 불법공조조업에 이용되는 근해채낚기어선을 구매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공조조업에 이용될 수 있는 두 종류의 어선이 같은 주소지에 등록됐는데 이에 대해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불법공조조업 수사는 금융거래 실적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데 대형트롤어선의 선주가 채낚기배를 가지고 있다면 불법공조조업을 반복적으로 한다 해도 검거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 현실 반영못하는 TAC배분

불법공조조업이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은 현행 TAC(총허용어획량)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측면이 크다.

현행 TAC산정기준을 보면 직전 3개년간 어획실적 80%, 어선세력 20%를 감안, 업종간 조정을 거쳐 TAC를 배정한다.

즉, 대형트롤 업계의 오징어 어획량이 일정 수준을 계속 유지되고, 어선세력이 줄지 않을 경우 TAC는 줄지 않는 것이다.

동해지역의 어업인들은 이 때문에 오징어 TAC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해에서 오징어가 주로 어획되는 어장은 동경 128도 동쪽편인데 이 일대는 대형트롤어선의 조업이 금지된 구역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강원도와 경북지역의 채낚기어업인들은 대형트롤어선들의 오징어 어획에 대해 조업구역을 위반한 불법조업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북지역의 한 채낚기 어업인은 “오징어 자원의 분포를 감안할 때 대형트롤어선들이 동경 128도를 넘지 않고서는 TAC물량만큼 어획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대체 어디서, 어떻게 조업을 하는지, 불법조업인지 합법조업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존의 어획실적과 어선세력 등을 감안해 TAC를 배정해주는 게 말이 되나”라고 성토했다.

# 제도개선, 연말에야 완료

불법공조조업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하기 위한 제도를 보완하는 작업은 빨라야 올해 말에나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어선정책팀에 따르면 어선위치발신장치로 수집한 정보를 불법어업의 단속에 이용할 수 있도록 어선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또한 어선에 위치발신장치의 상시가동을 의무화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어선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접수돼 있으며, 어업관리단에서 어선법 위반시 이를 단속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개정안 역시 국회에 상정돼 있다.

전우진 해수부 어선정책팀장은 “제도개선이 완료된다고 해도 어선위치발신장치에서 수집된 정보를 활용해 불법조업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관련 시스템의 구축과 인력확보가 필요하다”며 “원양어선의 경우 위성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매월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어업인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위성이 아닌 수단을 활용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방안 등을 마련키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 선박 모니터링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이번에 적발된 불법공조조업을 계기로 우선 모든 근해어선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연근해어업생산량이 44년만에 최악을 기록한 만큼 앞으로는 어획강도가 센 근해어선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불법공조조업이나 조업구역 위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근해어선들에 VMS(선박위치추적장치)설치를 의무화하고 어선의 위치나 조업상황 등에 대한 자료를 FMC(조업감시센터)에서 상시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불어 근해어선의 노후화정도를 감안하면 어선과 어선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VMS를 상시가동토록 하고, VMS가 꺼질 경우 조업을 중단하고 회항토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의 한 수산업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은 지구반대쪽에서 조업하는 원양어선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할 정도로 가장 우수한 시스템인데 이를 근해어선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FMC에서 어선의 속도를 통해 해당 어선이 이동중인지, 조업중인지 파악할 수 있는 만큼 근해어선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만 제대로 갖춰도 자원의 씨를 말리는 불법조업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근해어선의 적지 않은 수가 현재 노후선박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단기간 내에 노후선박이 되는 어선들인만큼 어선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VMS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VMS가 고장날 상황을 고려해 어선의 앞과 뒤에 각각 1개씩의 VMS를 설치하고, 두 개의 VMS가 모두 꺼진다면 즉시 회항토록 해야 불법조업을 억제하고 어선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