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곤 한국수산경영학회장

요즘 TV 방송을 보면 어촌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현재 어촌 및 어업의 현장을 다룬 TV 프로그램은 16개에 이르고, 전문적인 어촌 및 어업관련 프로그램도 4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처럼 어촌관련 방송이 많아지게 된 것은 2015년에 첫 방송된 ‘삼시세끼 어촌편’의 공이 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삼시세끼 정선편의 번외편으로 전남 신안군의 만재도를 배경으로 했던 이 프로그램은 당시 시청율 15%대를 기록하였고, 그해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고 싶고, 더 나아가 어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를 반증하는 몇 가지 증거로는, 바닷가 토지가격 상승율이 농촌에 비해 높다는 것이고, 펜션 및 민박이 어촌에 집중되고 있으며, 최근 귀어촌의 증가율이 귀농촌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의 약 5%가 귀어촌 의사가 있고 그 중 1.2%는 귀어도 희망한다고 한다. 수치적으로 매우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탈어·탈농이 일반적이었던 과거에 비춰보면 엄청난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어촌에 대한 관심 증가는 어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의 가치 즉, 풍부하고 다양한 생태 및 수산자원, 아름답고 역동적인 경관자원, 유구하면서도 독특한 문화와 역사자원의 가치 그리고 국민 누구나 남의 눈치 안보고 갈 수 있는 공유재인 바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어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늘어나는 어촌에 대한 수요를 포용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딜 가나 비슷하게 개발된 판박이의 어촌 모습, 정돈되지 않고 다소는 청결치 못한 환경, 배타적이고 어딘가 불친절한 투박한 사람들, 자연경관을 제외하곤 특별히 즐길 것도 쉴 곳도 없는 곳, 가장 진입장벽이 심한 배타적인 어촌공동체!

어촌을 단순히 국민들의 쉼터내지 한번쯤 가보는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는 것이 가장 우선일 것이다. 이미지 개선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다소 촌스러움으로 비쳐지는 어촌을 갯가의 마을이라는 ‘갯마을’로 명칭을 변경하고 그에 걸맞는 공동체로 재탄생시키면 어떨까?

통상 어촌이라 하면 바다·강·호수에서 수산 동식물을 생산·가공·판매하는 수산업에 주로 의존하여 생활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촌락으로서, 어장이라는 공유재(Common Property)를 공동이용하는 어업인들로 구성된 어촌계라는 경제공동체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연 및 인문자원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수산자원만을 이용하는 공동체의 틀에 갇혀 버리게 됐다.

어촌계를 갯마을 공동체로 바꾼다면 수산자원뿐만 아니라 생태, 경관, 역사 및 문화자원을 활용하는 경제사회문화 공동체로 확장돼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 어촌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고, 어촌이 안고 있는 고령화 문제도 해결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어촌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모습으로 재정비해야 하고, 어촌 또는 어항 단일사업이 아닌 연안 지역 개발차원에서 어촌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연안어촌의 갯마을화는 단순히 어촌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그 곳인 삶의 터전인 주민들의 행복과 수요자인 일반 국민들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 했던 어촌이 이제는 어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더 큰 개념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갯마을화를 통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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