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믿고 먹었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계란 고르는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그동안 육안으로만 계란을 골랐다면 이제는 그 계란의 생산지부터 생산날짜, 심지어는 계란을 낳는 닭의 사육환경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살핀 후 계란을 구입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존 계란값의 두 배를 주더라도 동물복지 인증 계란을 구입하겠다는 게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가족이 먹는, 특히 아이들의 영양식으로 매일 제공되는 계란의 안전을 챙기는 일에 소홀함이 있을 수 없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상황에서 계란을 고르는 일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값을 더 주고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계란을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꿔 말하면 그동안에는 소비자들의 계란 구매기준이 안전보다는 가격에 더 민감했다고 볼 수 있다. 산란계 사육농가들이 규모화와 밀집사육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동안 값싼 계란을 찾아왔고, 이 같은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사육규모는 점점 더 커졌고, 사육공간은 점점 더 좁아진 것이다. 경제의 효율성은 좋아진데 반해 닭 사육환경은 나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은 이미 예견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제는 살충제 계란이 사회적 이슈가 됐고,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해야 한다. 차제에 닭 사육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싼 가격에 만족했던 소비자들과 물가관리에만 초점을 맞췄던 정부도 이제는 불편한 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소비자들의 싼 가격 선호를 맞추기 위해 닭 사육환경을 열악하기 만들었다면 이제는 이를 거꾸로 해야 하고,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

살충제 계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닭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닭 한 마리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케이지를 더욱 넓혀야 하고, 완전한 동물복지를 위해서는 케이지 자체를 없애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 과정에서 계란 생산비가 올라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말로는 안전, 품질, 신선도를 계란 구입 기준이라고 하면서도 막상 구입할 때는 가격을 최우선으로 해서는 닭 사육환경이 개선될 수 없다.

계란의 품질, 생산날짜, 계란을 낳는 닭의 사육환경까지 꼼꼼히 살피는 똑똑한 구매방법에서 더 나아가 그 대가를 지불하는 착한소비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계란 구매기준과 실제 행동이 일치할 때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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