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선을 거치면서 ‘4차 산업혁명’ 열풍이 거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뒤처지면 낙오자가 되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농업 역시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선점 여부에 따라 우리 농업 앞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에서 뜨거운 불을 지폈다. 독일 태생 경제학자로 세계경제포럼을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는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지난해 이 포럼에서 처음으로 과학기술분야 주제를 주요 의제로 채택하면서 세계 각국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 이론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클라우스 슈밥은 “전 세계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지도자(전문가)들이 유비쿼터스, 모바일, 슈퍼컴퓨팅, 인공지능(AI), 로봇, 3D프린트,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 유전공학, 신경기술, 뇌과학 등 다양한 학문, 기술, 전문 영역을 서로 융합해 기존의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 설명한다. 이른바 기술간 대융합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밖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인더스트리4.0이라고 부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인공지능은 알파고를 탄생시켰고, 딥러닝기술로 발전했다. 딥러닝은 인공지능 로봇이 스스로 공부를 하는 기술을 말한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홈오토메이션도 실용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도 선을 보였다.

국내 농업분야라고 4차 산업혁명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붐업된 스마트팜이 초보단계이기는 하지만 한 예다. 스마트팜은 다양한 기술을 융합한 합작품이다. 스마트팜이 발전을 하게 되면, 최적화된 생산기술로 농업생산성을 극대화하게 된다. 또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한 로봇이 파종, 농산물을 수확, 운반, 상품선별 등 다양한 기술까지 수행 가능해진다.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면, 농업이 그야말로 첨단기술로 무장을 하고, 고도의 생산성을 발휘하게 되는 날이 펼쳐지게 된다. 국내 한 연구팀은 농산물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인 셈이다. 이 시스템은 조만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 넘겨져 상용화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이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진전되면서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4차 산업혁명이 몇몇 전문가나 연구진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빅 데이터(Big Data)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역사적인 바둑대결에서 4대 1로 완승을 한 알파고는 3000만개에 달하는 바둑돌 착점 위치 정보와 패턴을 입력시켜 이뤄졌다. 여기에다 딥러닝이라는 기술이 적용돼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도 갖췄다. 이른바 알파고는 3000만개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입력받고, 이를 바탕으로 딥러닝기술까지 더해 이세돌 9단을 능가하는 바둑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12년 빅 데이터 기술을 떠오르는 10대 기술 중 그 첫 번째를 꼽았고, 알파고는 입증을 했다.

농업분야에서 한 예로 드는 스마트팜 역시 빅데이터가 있어야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재배되는 농작물에 맞는 적정생산과 병해충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생육온도, 습도, 이산화탄소농도 등등에 대한 빅데이터가 있어야만 스마트팜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빅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스마트팜은 현행 비닐온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축산업에서 만연하는 가축질병 역시 빅데이터를 통해 줄이거나 예방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자 핵심이 아닐 수 없다.

농업분야 빅데이터 생산자는 농업인이다. 농업인들이 자료를 기록하고 전송하지 않으면 농업분야 빅데이터는 생성될 수 없다. 농업인들은 지금부터라도 농업의 미래를 위해 빅데이터 생성을 위한 기록관리부터 제대로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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