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R제도 농가부담만 가중 '불합리'
사료포장재 버리는 농가없어 100% 재활용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제품·포장재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회수·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분담금을 의무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2013년 1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2014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전품목으로 확대되면서 비료, 사료 등이 포함됐다. 신규로 추가된 품목들에 대해 아무런 홍보와 제도 설명이 없이 추진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단미보조사료업체들은 이미 재활용이 100% 이뤄지는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서 비용만 증가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제도가 시행된지 4년째지만 해결된 것은 어느 하나 없다.

TMR(완전배합사료) 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이창석 현대TMR 대표가 업체들을 대표해 EPR 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분담금 납부에 따른 비용부담이 문제였지만 싸움이 길어질수록 제도의 불합리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왔다.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 위원장은 이제 단순한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함과 부당함에 맞서고 있다.

# 재활용 비율 그대로, 왜 생긴 법인가

“EPR 제도가 어느날 갑자기 시행되면서 단미보조사료업체들은 갑자기 분담금을 내게 됐습니다. 현행 시스템에서 전혀 변화가 없이 부담만 가중되는 제도죠. 제도 시행 이후에 재활용 공제조합에 가입하고 분담금을 내고 있지만 시스템은 과거와 동일해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농가가 사료포장재를 폐기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원이나 부수입원으로 인식하고 있어 사료포장재의 실제 재활용률이 거의 10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런 품목을 EPR 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이 추구하는 바와 전혀 달리 비용만 증가시키는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재활용을 못하는 것을 회수부터 재활용하겠다는 것이 법률상의 조합인데 이미 100% 이뤄지는 재활용에 법률이 생긴 이후에도 시스템이 전혀 바뀌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법이 실제목적은 없고, 추가금만 발생하는 거죠.”

이 위원장은 이 법에 사료가 포함된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사료포장재를 폐기물로 보는 자체가 업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농가들에게 사료포장재를 달라고 하면 거저 주는 농가는 없습니다. 버리는 농가도 없구요. 자원이니까요. EPR 절차대로 하면 농가들한테 회수해 와서 재활용 업체들에게 줘야 하는데 운송비가 이중으로 드는 겁니다. 제활용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는데 굳이 업체를 지정한 후 분담금까지 내게 하는 말도 안되는 제도라는 거죠.”

이 위원장은 사업 구조 자체가 재활용이 100% 이뤄지는 사료업계에 오히려 필요없는 제도가 도입돼 규제일변이 된데다 개인의 재산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이 시행되고 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업체들은 과징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잘못에 대한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 아니라 그 전과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는데 과징금만 낸 것이죠. 강제로 가입된 공제조합도 우리가 조합원임에도 조합 직원의 임용권이나 실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조합과 관련해서도 헌법 소원을 내 놓은 상태다.

# 제대로 된 법률이어야 납득할 수 있어

“재활용률이 높다면 분담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용역이라도 실시해서 사료업체들의 재활용률을 조사하자고 했지만 전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단미보조사료업체들은 과징금이 부과되고 조합에 강제가입을 하면서도 어떤 방법으로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영세 업체들이 많았고 당장의 과징금 납부만도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변호사에 자문을 구하고 행정재판을 시작했는데 헌법소송과 민사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면서 법의 정당성과 목적이 더욱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청부입법을 한 것도 아니고 왜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법인데 이미 100% 시행하고 있는 업체들에게 분담금을 받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거죠.”

이 위원장은 불합리함이 개선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EPR 제도에 사료포장재를 포함시켜 포장재의 집합적 회수를 유도하겠다는 것은 가축질병이 발생하는 축산업계에 확산 우려가 큽니다. 회수자가 농가별로 방문해 회수하면 질병은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업계의 특수성도 이해하지 못하고 법률의 목적도 충족하지 못하는 악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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