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농사로 안전한 먹거리 만들거예요!
유기농법·교육 강의 찾아들으며 나누는 농업 실천

32살이라는 어린 나이지만 벌써 10년차 베테랑 농업인이자 농업교육 전문가, 청년농업인연합회 추진위원장 등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강선아 우리원 농장 대표. 숙명처럼 시작한 유기농업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는 농업과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신념으로 ‘바른’ 농사와 농업관련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명실상부 농업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는 강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우리원 교육관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강선아 우리원 농장 대표

# 우연히 찾아온 농업 

2007년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독일 유학을 준비하던 중 ‘한달만 부모님 농사일을 돕자’는 생각에 고향에 내려온 강 대표. 바쁜 농번기에 부모님만 두고 독일로 떠날 수 없어 처음에 마음먹은 한 달이 한 계절로 바뀔 무렵 한국벤처농업대에서 틈틈이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운명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하루는 벤처농업대에서 강의를 듣던 중 낯익은 목소리를 듣게 된다. 바로 아버지, 고(故) 강대인 명인의 강의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재배품질 인증을 획득한 강 명인은 ‘유기농 대부’, ‘쌀 도사’라고 칭송받았지만 강 대표에게는 그냥 집에서 매일 보는 아버지였기에 강의하는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도 잠시. ‘유기농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파하는 모습에 점차 빠져들었고, 유기농업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이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강 대표는 이 날 부모님께 ‘농사일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 외로움과 선입견에 힘들기도 

부모님의 벼 유기농재배 보조역할만 하던 처음 3년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벼와 피도 구분하지 못했지만 시키는 일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때는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 친구들은 모두 도시에서 생활하며 터를 잡아가는 반면 강 대표는 시골에서 변변히 이야기할 상대조차 없었던 까닭이다. 10년 전이라 SNS(사회적관계망)도 활성화되지 않았고, 농촌에는 문화와 관련된 인프라도 부족해 정서적인 부분에서 고립됐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주변의 시선도 불편했다. ‘젊은 여자애가 여기서 뭐 하는 거니?’, ‘시집가서 남편이라도 데려와야지…’라고 얘기하는 등 여성의 역할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예상보다도 컸다. 이에 오기로라도 더욱 열심히 농사일을 했고, 점점 못 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던 중, 2010년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강 대표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더 이상 부모님 그늘에서 잔심부름이나 하는 보조가 아니라 우리원 농장을 이끌어나가는 대표가 된 것이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부모님 일을 거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 전문적인 부분이나 기술에서는 특히나 자신이 없었다. 일에 대한 무게감이 달라지고, 부담감이 커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 농업을 배우고, 나누다 

▲ 우리원 농장의 도정시설

이에 강 대표는 공부에 매진했다. 학창시절 하기 싫었지만 의무감에 해야 했던 공부가 아닌 진짜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작정하고 시작하자 공부할 것이 산더미 같았다. 농사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체득하기 위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특히 유기농법에 관한 공부는 끝이 없었다.

강의와 관련한 스피치 강의도 들었다. 그러길 몇 년, 강 대표는 벤처농업대를 졸업한데 이어 광주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과정·방과후학교지원센터(아동요리교육전문교사) 양성과정·다문화가정김치교육전문교사 과정, 순천대 영농교육원 농산물유통전문교육과정, 농림축산식품부 쌀농업 CEO미래핵심 지도자 교육과정, 대산농촌문화재단 여성농업인 리더십 개발, 동신대 문화를 접목한 농촌관광 전문가 양성과정(고급) 등에서 다양한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벤처농업 경영자(CEO) 인증, 체험놀이 전문가 자격 등을 취득하며 농업과 농업교육분야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었다.

바른 농사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선친의 유지를 이어가는 강 대표는 유기농사를 고수하며 발전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확대하기 위한 교육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전남친환경농업교육원인 우리원 교육관에는 연간 5000여명의 교육생이 찾아 교육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친환경 인식 개선과 청년농업인 꿈 펼치고파 

강 대표의 목표는 친환경·유기농에 대해 많이 알려 젊은 농업인은 물론 소비자들의 바른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위상도 함께 높이겠다는 포부다.

이러한 강 대표의 의지에 호응이라도 하듯 우리원 교육원 수강생들에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유기농업기술에 관심이 많은 농업인들의 비중이 80%였던데 반해 현재는 학생이나 소비자들의 참여율이 40%까지 높아졌던 것이다.

▲ 1인 가구 등 소량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유기농쌀 ‘키스米’.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이에 유기농을 기본으로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도 노력 중이다. 먹거리와 관련한 원스톱 정보 제공은 물론 이를 통한 소비까지 가능토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존 유기농쌀 제품과 발효식품에 대한 소비자 계층과 선호도를 분석해 아이들이나 환자식 등에 특화된 상품의 개발 중이다. 팜 맥주 활성화를 위한 쌀 맥주 키트 개발과 이를 연계한 투어도 계획 중이다.

강 대표는 자신처럼 농업에 뜻을 품은 젊은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길 소망했다. 이를 위해 청년농업인연합회(이하 청연)를 구성하고 있으며 지난 25일 우리원 교육관에서 청연 발대식 및 워크숍을 1박 2일로 진행키도 했다. 현재 강 대표는 청연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청연은 내년 2월에 정식 출범을 준비 중이다.

농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청연은 청년농업인의 네트워크를 확대·활성화하고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청년농업인을 대변한 공익적인 농업정책을 제안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의 개별 유통망을 연계한 사업화도 추진 중이다. 청년농업인들의 개별 유통망을 활용해 필요한 농산물의 전국적인 공급망으로 활용해 많은 판로 걱정을 덜고, 수익성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유기농쌀 생산과 기술 보급에서 소비자 인식 개선, 이를 토대로 한 소비 확대까지 우리원 농장의 진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인터뷰]강선아 우리원 농장 대표 

“저는 부모님 덕분에 다른 분들 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시작했죠. 그래서 더욱 농업에 미래를 거는 젊은 농업인들을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제가 처음 농사일을 배우면서 경험했던 어려움과 외로움, 정보부족에 따른 막막함 등은 당시에는 견디기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새로 농업을 시작하는 이들이나 후계농들이 이러한 과정을 조금이나마 덜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청년농업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성장·발전하길 바라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농업의 미래를 이끌 청년농업인이 마음껏 꿈과 희망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강선아 우리원 농장 대표(청년농업인연합회 추진위원장)의 바람이다. 현재 청년농업인들은 승계농이나 후계농이 대부분으로 부모세대로부터 기반을 이어받아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만큼 이를 함께 극복하고, 농업인과 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농촌이 도시보다 문화·의료·복지 등에서 낙후됐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쾌적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힐링의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평온하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땀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로부터 ‘고맙다’며 ‘언제고 사먹을 수 있게 계속 농사를 지어달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큰 행복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농산물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농업인의 땀이 보람과 행복으로 보답받는 세상을 꿈꾸는 젊은 농업인 강 대표의 희망이 하루 빨리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 우리원 농장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위치한 우리원 농장은 ‘유기농 대부’ 고(故) 강대인 명인의 유기농업과 안전한 먹거리 생산의 의지를 이어가는 곳이다. 유기농법으로 쌀(11만2200㎡)과 매실(1만6500㎡)을 재배하며 ‘강대인 생명의 쌀’과 ‘키스米’ 등 유기농쌀과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전양순 명인이 만든 가공식품과 자연음료를 판매한다. 유기농업 역사이자 유기농업의 사관학교답게 전남친환경농업교육원도 운영 중이다. 벼농사, 짚놀이, 떡만들기, 장담그기, 친환경농자재제조실습, 천연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과 유기농법 교육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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