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상생협력기금 모금액이 3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회·황주홍 의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이 각각 100만원씩 기부한 게 고작이다.

당초 목표한 기금모금액에 비하면 그야말로 처참한 실적이다. 상생기금은 정부 외의 자의 출연금 등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기로 계획된 것이다. 3월 30일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운영본부가 출범한 이후 5개월 동안 조성한 금액치곤 너무 초라하고, 앞으로 나아질 것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농어촌상생기금이 정치권의 생색내기용으로 그친 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당초 농어촌상생기금 신설을 위한 관련법, 즉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이 국회를 통과할 때만 해도 농업계의 기대가 컸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이후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정부의 재정부담과 기업들의 반발로 인해 지지부진하다가 어렵게 국회를 통과해 농업계의 버팀목으로 성장할 줄 믿었다.

무차별적으로 체결된 FTA(자유무역협정)의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싶었으나 FTA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의의와 희생의 대명사인 농어민들의 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라한 성적표만 확인할 수 있었다. 농어민들의 입장에서보면 ‘좋다가 만’ 경우다. 오히려 농어촌상생협력기금법이 통과되기 전보다 허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어민들이 국민들에게 안전한 농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간데다 농어업이 지닌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겼다.

정치권과 정부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만들어 놓은 것으로 정치권과 정부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이고,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다.

FTA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나아가 민간기업 등과 농어업·농어촌 간의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목적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더 이상 방치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FTA로 인해 실의에 빠진 농어민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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